미셸 리 워싱턴 디시(DC) 교육감
시장 교체에 따라…무능교사 퇴출·교원노조와 갈등
미국 워싱턴 디시(D.C.)의 교육개혁을 추진해 온 한국계 미셸 리(41) 교육감이 13일 전격사퇴했다.
리 교육감은 이날 차기 워싱턴 시장으로 유력한 빈센트 그레이 시의회 의장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리 교육감의 퇴진은 그의 후견인이었던 애드리언 펜티 현 시장이 지난달 14일 민주당 경선에서 패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이로써 워싱턴 공교육 개혁을 통해 전국적 인물로 떠올랐던 리 교육감은 3년반 만에 교육현장을 떠나게 된다.
2007년 6월 펜티 시장에 의해 발탁된 리 교육감은 취임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다. 거주 인구의 70% 이상이 저소득층 흑인들로 구성된 워싱턴은 교육예산, 교사 열의,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등이 미국내 최하위 수준이었다. 학교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 30대의 한국계 인사인 리 교육감이 이를 해결하리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취임 직후부터 무능교사 퇴출을 포함한 대대적인 공교육 개혁을 추진해 나갔다. 리 교육감은 재임 1년반 만에 시 전체 학교의 15%에 해당하는 21개 학교를 성적을 이유로 폐쇄하고, 교육청 직원 900여명 가운데 100명을 해고하는 한편 36명의 교장과 270명의 교사를 퇴출시켰다. 자신의 두 딸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도 포함됐다.
리 교육감은 이 과정에서 교원노조 쪽과 심한 갈등을 빚었지만, 학부모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았다. 이를 통해 리 교육감은 워싱턴이 아닌 전국적 인물로 부각됐고, 그의 무자비한 ‘숙청’은 심한 논란을 불러일으켜 ‘마녀’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2008년 11월 시사주간지 <타임>은 빗자루를 든 리 교육감의 사진을 표지에 실었는데, 이는 교육현장에서 무능교사들을 빗자루로 쓸어내던 것을 상징화한 것이다. 이런 조처로 워싱턴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조금 향상된 건 사실이나, 그 대가로 지불한 극심한 논란을 고려할 때 그의 공교육 개혁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없진 않다. 리 교육감은 온갖 공격에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교원노조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민주당의 워싱턴 시장 후보가 되면서 물러나게 됐다.
리 교육감은 사퇴 이후에도 교육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미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계속 봉사할 것”이라며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자신의 공교육 개혁 메시지를 계속 전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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