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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위기의 오바마 시카고서 “끝까지 싸워달라”

등록 2010-10-31 19:13수정 2010-10-31 20:58

경합지인 정치적 고향 일리노이주서 35분 불꽃연설
1만 군중 “예스 위 캔” 환호…판세는 민주당에 불리
“시카고, 나는 여러분이 필요합니다. 계속 싸워주십시오. 시카고, 우리가 잊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건망증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줍시다. 시카고, 그건 바로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30일(현지시각) 밤 7시1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사자후를 토했다. 넓은 잔디밭에 모인 1만여명의 군중들은 오바마의 말에 맞춰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의 선거구호였던 “예,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를 연호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우리가 다시 혼란 속으로 들어가느냐, 혼란에서 나오느냐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지지해준다면, 우리는 경제를 살리겠다, 여러분들이 힘써준다면, 다음 세대도 ‘어메리칸 드림’을 꿈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오바마는 2일 치러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주말인 30~31일 이틀동안 펜실베이니아, 코네티컷, 일리노이, 오하이오주 등 4개주를 택해 대중유세를 가졌다. 이중 특히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되기 전 오바마가 있던 자리로,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상원 다수당 위치도 힘겨운 민주당으로선 이곳에서만 이긴다면, 상원 다수당 지위도 유지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곳이다.

이날 집회가 열린 플레이슨스 공원에는 오후 3시 이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오후 4시께에는 보안점검을 위한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한 줄이 500m 가량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늘에는 대형 성조기가 휘날리고, 연단에서는 록밴드의 흥겨운 무대가 열리고, 사람들은 어깨춤을 추고, 길가에는 5달러짜리 오바마 티셔츠, 1달러짜리 오바마 배지 등을 파는 거리상인들까지 등장해 도시축제가 열린 듯했다.

토요일 오후여서인지 어린 아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나들이 삼아 나온 가정도 많았다. 60대 노인에서부터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까지, 백인·흑인·라티노·동양인 등 나이도, 인종도 다양했다. 유달리 흑백 커플, 백인·동양인 커플 등이 눈에 많이 띄기도 했다.

1966년 춘천에서 미군 생활을 하기도 했다는, 은퇴한 대학강사인 올리버 무어(71·흑인)는 오바마에 대해 “비록 그가 이번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다음 대선에서 그는 또 당선될 것”이라며 “지금 혼돈에 빠져있는 미국이 곧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주의 풀뿌리 시민단체인 ‘티파티’에 대해 묻자, 그는 “정신나간 사람들”이라며 “사라 페일린이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손가락 5개를 펴고, 새끼손가락을 가리키면서 “이게 티파티”라며 “나머지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제정신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시카고대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에 있다는 티나 색스(38)는 오바마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지혜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헤쳐나가고 있다”며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갖고 있는 그의 철학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흑백 혼혈인 그는 ‘티파티’에 대해 묻자 “인종 때문”이라고 대뜸 말한다. 그는 “그 사람들은 절대 말하지 않지만, 그 사람들이 오바마를 싫어하는 이유는 바고 그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시카고를 여행한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스웨덴에서 왔다는 프레드릭 랭거트(26)는 “미국경제가 나쁜 건 오바마 잘못이 아니다”며 “또 공화당이 세금을 더 깎자고 하는데, 그렇게 세금을 깎으면 뭘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날 연사들은 군중들처럼 흑인, 백인, 라티노 등이 골고루 섞여 한 목소리로 오바마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내일 당장 5명에게 전화를 걸어, 투표장에 나오라고 하라. 그리고 그 5명이 또 각각 다른 5명에게 투표하라고 권하도록 하라”며 일종의 ‘피라미드식’ 투표 권유운동을 벌일 것을 강권하기도 했다.

땅거미가 진 뒤인, 저녁 7시10분께 오바마가 연단에 나서자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유세 강행군과 암울한 선거 전망에 지쳤을법한 오바마도 이날만은 환하고 편안한 얼굴이었다.

2년전 처럼 또한번 도와줄 것을 호소하는 오바마의 이날 연설은 뒤로 갈수록 마치 시처럼, 구호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여러분들은 2008년에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모두가 정치 냉소주의, 돈, 부정적 편견들을 극복할 수 없다고 말할 때, 여러분들은 해냈습니다. 예,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선거에서 이길겁니다. 이 싸움은 여러분의 싸움입니다. 10명이 먼저 일어서십시오, 100명이 뒤따를 겁니다. 1000명이 먼저 일어서십시오, 1만명이 뒤를 따를 것입니다. 우리는 영혼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싸움은 길고 긴 여행입니다. 이 여행은 우리가 함께 시작하는 여행입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말은 다소 추상적이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연단 아래 시민들의 표정은 다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눈물을 글썽이는 이들도 보였다. 35분간의 불꽃같은 연설을 마친 오바마는 연단 아래에서 그와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뻗는 지지자들의 손을 꽤 오랫동안 두 손으로 계속 마주잡아줬다. 행사를 마친 오바마는 이날 멕시코 식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시카고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잠을 줬다.

그러나 이날 시카고 집회가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 끝났지만, 선거판세는 여전히 민주당에 불리하다. 정치전문 인터넷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30일 현재 상원은 민주당 49석, 공화당 45석, 경합 6석으로, 그리고 하원은 민주당 171석, 공화당 224석, 경합 40석으로 전망됐다. 하원이 공화당에게 넘어가는 것은 이미 결정적이고, 상원도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다. 일리노이주는 경합지역에 포함된다.

이날 행사가 열린 플레이슨스 공원은 저소득층 흑인 밀집지역인 시카고 남쪽에 위치해 있다. 이날 일리노이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인 마크 커크도 백인들이 주로 사는 시카고 교외의 한 호텔에서 지지자 300명과 함께 행사를 가졌다.

시카고/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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