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각)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0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지원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경합지인 정치적 고향 일리노이주서 35분 불꽃연설
1만 군중 “예스 위 캔” 환호…판세는 민주당에 불리
1만 군중 “예스 위 캔” 환호…판세는 민주당에 불리
“시카고, 나는 여러분이 필요합니다. 계속 싸워주십시오. 시카고, 우리가 잊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가 건망증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시카고, 그건 바로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30일(현지시각) 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남쪽의 플레이슨스 공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이곳에서 사자후를 토했다. 넓은 잔디밭에 모인 1만여명의 군중들은 오바마의 말에 맞춰,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의 선거구호였던 “예, 우린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를 연호했다.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은 바로 직전 오바마가 있던 자리로,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2일 치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경합지역인 이곳에서 이긴다면 상원 다수당 지위를 굳힐 수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오후 3시 이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4시께에는 보안점검을 위한 검색대 앞에 늘어선 여러 개의 줄이 500m까지 이어졌다. 하늘에는 대형 성조기, 무대에는 록밴드 공연, 길가에는 5달러짜리 오바마 티셔츠를 파는 상인, 대학생,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 머리가 하얀 노부부, 그리고 백인·흑인·라티노·동양인 등 나이도 인종도 다양했다.
춘천에서 미군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은퇴한 대학강사 올리버 무어(71·흑인)는 “비록 오바마가 이번에 패하더라도 다음 대선에서 그는 당선될 것”이라며 “미국이 곧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주의 풀뿌리 시민단체인 ‘티파티’에 대해 그는 “정신나간 사람들”이라며 “세라 페일린이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 과정인 티나 색스(38)는 오바마 지지 이유를 “반짝반짝 빛나는 지혜와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처럼 흑백 혼혈인 그는 티파티에 대해 묻자 “그들이 오바마를 싫어하는 이유는 인종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땅거미가 진 뒤 저녁 7시10분께 드디어 오바마가 나타났다. ‘오바마’, ‘오바마’ 연호가 밤하늘을 채웠다.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을 뽑아야 할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던 그의 연설은 뒤로 갈수록 시처럼 음악처럼 변해가며 사람들의 마음결을 건드렸다. “여러분은 2008년에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모두가 냉소주의, 돈, 부정적 편견을 극복할 수 없다고 할 때, 여러분은 해냈습니다. 예, 우린 이번에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린 이 선거에서 이길 겁니다. 10명이 일어서십시오, 100명이 뒤따를 겁니다. 1000명이 일어서십시오, 1만명이 뒤따를 겁니다. 이 싸움은 여러분의 싸움입니다. 이 싸움은 길고 긴 여행입니다. 우리가 함께 시작하는 여행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이들이 많았다. 35분간의 불꽃 연설을 마친 오바마는 연단 아래로 내려와 그와 악수하려고 손을 내뻗는 지지자들의 손을 두 손으로 계속 잡아주며 행사장을 떠났다.
이날 집회가 환호 속에 끝났지만, 판세는 여전히 민주당에 불리하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여론조사를 보면, 30일 현재 상원은 민주당 49석, 공화당 45석, 경합 6석이고, 하원은 민주당 171석, 공화당 224석, 경합 40석으로 전망됐다. 하원이 공화당에 넘어가는 것은 이미 결정적이고, 상원도 민주당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카고/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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