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일(현지시각) 발표한 2차 양적완화 조처는 미국으로선 ‘마지막 경기부양 수단’에 가깝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채권 등 자산을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는 수단은 크게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식과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 두 가지가 있으나, 재정투입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재정적자가 이미 1조달러를 넘는 가운데, 재정축소를 주장하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까닭이다. 미국은 이 때문에 연준을 통해 돈을 푸는 방식을 택했다. 연준은 이미 정책금리를 0~0.25%로 제로에 가깝게 내려 더 낮출 수 없기 때문에, 시중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을 내놓았다. 돈이 너무 풀리면 물가가 오르지만,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1.1%로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 큰 부담은 없다.
문제는 이번 양적완화 조처가 미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단행한 1조7000억달러 규모의 1차 양적완화는 미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고 경제회복에 기여했으나, 경제가 더이상 살아나진 못했고, 실업률은 9.6%까지 올라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최대규모의 채권펀드를 운영하는 빌 그로스, 통화정책 전문가인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은 한결같이 양적완화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연준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양적완화가 아닌, 추가적인 재정지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양적완화의 효과가 있더라도 매우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며 “기술, 부동산 거품에 이은 채권 거품으로 앞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코 아넌지아타 유니크레딧 이코노미스트도 “유동성이 늘어난다고 해서 빚을 줄여야 하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이번 양적완화로 국내 부문에선 인플레이션, 국외 부문에선 달러화 가치하락이라는 리스크를 안게 됐다. 연준은 적절한 수준에서 그치길 바라지만, 위험수위를 넘어설 경우 뚜렷한 대비책은 없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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