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설서 어린시절 회상
“이슬람과 전쟁하지 않는다”\
동남아 최대 모스크도 방문
“이슬람과 전쟁하지 않는다”\
동남아 최대 모스크도 방문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을 하고 있지 않으며, 결코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한다. 대신, 우리 모두는 어떤 종교의 지도자도 아닌 알카에다와 추종자들을 제압해야만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방문 이틀째인 10일 자카르타에 있는 국립 인도네시아대학에서 다시한번 이슬람 껴안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6월 이집트 카이로 연설에서 미국과 무슬림의 역사적 화해를 제안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여전한 이스라엘과의 관계 등 탓으로 이슬람권에 실망감이 높아졌던 게 사실이다.
이날 연설은 카이로 연설과 닮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무슬림 관계의 “새로운 시작”이 쉽지 않다는 점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한번 강조했다. “미국과 무슬림 사회 관계는 오랜 세월 손상되어 왔다. 연설 한번으로 불신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나는 우리가 차이점에 갇혀 의심과 불안의 미래로 가느냐, 아니면 공통점을 형성해 점진적인 진보를 하느냐를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동남아시아 최대 이슬람 사원인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방문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부인인 미셸은 머리 위로 스카프를 둘러 인도네시아 여성의 질밥(일종의 히잡) 차림을 연상시키는 차림이었다.
7살 때부터 10살 때까지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소년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많은 부분이 채워진 이날 연설은 이례적으로 개인적인 분위기를 많이 풍겼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나의 일부’라는 짧은 말부터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수천개 섬과 수백가지 언어, 수많은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 여러 인종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모든 인간을 존중하도록 만드는 데 이 시절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양성 속의 단결’로 번역되는 자바 고어 “비네카 퉁갈 이카”라는 인도네시아 모토도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 살던 당시 집 앞 망고나무와 길거리 상점에서 전통음식을 사먹곤 했던 일을 회상했으며, 여동생 마야의 탄생을 지켜봤던 것도 떠올렸다.
이날 연설에는 6000여명이 참석했으며, 젊은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팝스타처럼 열광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줄에 앉아 있던 인도네시아 시절 동창들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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