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법무부 보고서 입수 공개
CIA 등 조직적으로 부역자 활용
CIA 등 조직적으로 부역자 활용
미국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와 나치 부역자들에게 미국내 도피처를 제공하는 등 전쟁범죄 단죄에 비협조적이고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음을 확인시켜주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미 법무부가 4년간 조사결과를 비밀로 해왔던 6백여쪽의 보고서를 입수해 “박해받은 사람들의 피난처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온 미국이 가해자들에게도 피난처가 됐다”고 폭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979년 나치 추방을 위해 신설된 미 법무부 특별수사국에서 활동한 법률가와 역사학자, 수사관들의 활동을 담은 것으로, 법무부는 7년간의 조사 끝에 2006년 보고서를 완성하고도 공개를 거부해왔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민간 연구기관인 ‘국가안보문서’의 소송 제기 압박에 못이겨 법률적·외교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삭제한 채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전후 첩보활동을 위해 나치를 이용한 차원을 넘어 일부 나치들의 전력을 알고서도 미국 입국을 허용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특히 악명높은 나치 전력자 가운데 20여명에 대한 새로운 증거도 포함돼 있다.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부하인 오토 폰 볼슈빙은 중앙정보국에 협조하다가 전력이 문제되자 1981년 추방됐다. 미텔베르크 탄약공장에서 강제노동을 주도했던 나치과학자 아더 루돌프는 로킷 전문가라는 이유로 미국의 국가이익 차원에서 1945년 미국 입국 및 항공우주국 근무가 허용돼 ‘새턴로킷의 아버지’중 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또 법무부가 삭제했던 부분에는 나치가 유대인들로부터 강탈한 금을 스위스 정부가 사들였다는 증거를 미 정부가 포착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미국에 입국한 나치 및 나치 부역자는 그동안 알려졌던 1만명보다 약간 적은 숫자인데, 특별수사국의 활동으로 300명 이상의 시민권이 박탈돼 추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