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지역구 챙기기 나서
미국 상원 민주당이 14일 공개한 1조1000억달러의 내년도 정부지출안에 수천건의 지역구 선심성 예산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상원 의원들이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2011 회계연도(2010년 10월1일~2011년 9월30일) 예산안에 포함시킨 것으로는 도로 및 교량 개·보수, 상하수도 개선, 각종 프로젝트 연구기금 등을 비롯해 국제공항 건립, 마약반대 캠페인 기금, 태평양 연어 보존을 위한 8000만달러(약 922억원)의 인디안부족 기금, 1300만달러(약 150억원) 규모의 알래스카 원주민을 위한 청정수 기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선심성 예산을 ‘이어마크’(earmark)라 부른다. 과거 방목하는 양의 귀에 표를 찍어 주인을 구분한 것에 빗댄 것이다. 의정감시 민간단체인 ‘상식적인 세금납부자’는 상원 예산안에 포함된 이어마크는 모두 6600개, 금액으론 80억달러(9조224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선심성 예산은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주로 배정했으나, 예산삭감을 부르짖고 ‘이어마크’를 강하게 비판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맥코넬은 이어마크에 대해 “미국인들이 절대 원하지 않는 것”이라며 예산안 통과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으나, 그의 지역구인 켄터키주에도 이어마크로 분류된 오폐수 프로젝트에 150만달러가 배정됐다.
상원 민주당안은 행정부가 제안한 예산안보다는 290억달러가 삭감된 금액이다. 이를 위해 국방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 연방 공무원의 급여를 2013년까지 동결하고, 관타나모 수용소에 구금중인 테러용의자를 더 이상 본토로 이송해 재판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예산안은 15~16일께 상원 전체회의에 회부될 예정이다. 민주당 예산안은 현재 집행되고 있는 예산의 기한 만료일인 18일까지 통과돼야 하지만, 공화당의 강한 반대로 진통이 예상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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