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커밍아웃 금지법’ 폐지 가결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이들이 군복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 상원은 18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숨기거나 공개할 경우 군에서 추방될 위험을 감수할 것을 요구했던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DADT)는 정책을 폐기하는 법안을 가결해 수년간에 걸친 군대내 동성애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공화당 상원의원 8명이 57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에 동조해, 의결에 필요한 찬성표 60석을 넘긴 65 대 31로 가결됐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군대내 동성애자 복무규정을 허용 쪽으로 바꾸려 했으나 군 지휘부와 의회의 반발로 인해 반대론자들이 입안한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법안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 규정으로 지금까지 1만3천명이 강제로 전역했다. 그러나 1993년 군대내 동성애자 복무 찬성여론이 44%에 불과했던 데 반해, 지난주 <워싱턴 포스트> 조사에서 미국민의 77%가 이에 찬성하는 등 미국내 여론 동향이 크게 바뀌었다.
이 법안 폐기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의회 표결로 감세연장 법안 통과와 함께 레임덕 회기 동안 또한번의 정치적 승리를 얻었다. 법안은 앞으로 두달여 동안의 정책 및 규정 개정에 관한 의회 청문회 등을 거친 뒤 발효될 전망이다. 반대론자들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전투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군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찬성론자들은 1950년대 군대내 흑백차별을 금지한 국방부 결정과, 1970년대 사관학교에 여성들의 입학을 허용하는 결정에 맞먹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환영했다.
한편, 이번 회기에선 215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내 불법이민자 자녀들에게 합법적 체류 신분을 부여하는 ‘드림법안’(Dream Act)의 입법화가 또다시 무산됐다. 상원은 지난 8일 하원을 통과한 법안에 상원 수정안을 첨부한 법안을 이날 전체회의에 상정해 토론종결 투표를 실시했지만 찬성 60표에서 5표가 부족했다. 드림법안의 상원 통과가 또다시 무산되면서 히스패닉계는 물론 한국계 불법체류자 자녀들의 합법적 신분 획득 기회는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드림법안은 16살 이전에 미국에 정착해 적어도 5년을 거주하면서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했거나, 미군에 입대해 적어도 2년이 지난 30살 미만의 불법체류자에게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이 뼈대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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