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내년 러시아 상대로 협상 나설것”
미국이 러시아와 맺은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최근 비준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러시아와 단거리·전술 핵무기 감축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는 25일 백악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실전에서 사용 가능성이 더 큰 단거리·전술 핵무기를 줄이는 협정을 추진해 핵 감축 노력을 한 단계 더 높이려 한다고 보도했다. 토미 비터 백악관 대변인은 “새 전략무기감축협정이 발효되는 첫해에 러시아와 전술적 핵무기 감축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터 대변인은 유럽에 구축중인 미사일방어체계(MD) 문제를 논의하는 데 러시아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감축에 합의한 ‘전략 핵무기’는 대형 수소·원자폭탄, 대륙간 탄도탄 등 폭격기나 잠수함 등에서 발사되는 대형 핵무기를 말하며, ‘전술 핵무기’란 단거리 공격용 무기로 전장에서 일반무기처럼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중성자탄이나 원자폭탄 등을 말한다. 전술 핵무기는 테러단체가 탈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 어떤 의미에서 전략 핵무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약 500기의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50~240기는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유럽 지역에 배치돼 있다. 러시아는 2000~6000기의 전술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단거리·전술 핵무기 감축을 추진할 경우, 미국보다 훨씬 많은 전술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가 다른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미국에 유럽에서의 전술 핵무기 철수를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화당의 강한 반대에 직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미국은 유럽의 미사일방어체계 논의에 러시아도 동참시킬 방안을 구상중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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