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뉴욕시청 앞에서 뉴욕시민들이 손팻말 등을 들고 월마트의 뉴욕 진출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루뉴스> 누리집 갈무리
월마트, 뉴욕·워싱턴등 대도시 매장 신설 나서
소상인들 뭉쳐 집단소송·상시시위로 정부 압박
소상인들 뭉쳐 집단소송·상시시위로 정부 압박
최근 뉴욕, 워싱턴 등 미국 대도시에서 ‘월마트 전쟁’이 치열하다.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미 전역의 대도시에 여러 개의 매장을 신설한다는 계획 아래, 최근 몇 년 사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등에 잇따라 진출한 데 이어 이제 뉴욕과 워싱턴 입성을 노리고 있다. 빌 사이먼 월마트 미국 매장사업부 대표는 지난해 10월 “앞으로 수년 안에 미국 주요 대도시에 30~40개의 점포를 개설하겠다. 개설할 만한 곳은 수백개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월마트는 현재 미 전역에 4300여개, 전세계에 89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월마트가 대도시 진출에 힘을 쏟는 이유는 미국 시장에서 월마트의 성장이 정체상태이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지난해 4분기 순익이 27%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해외점포의 성장 때문이지, 미국내 점포 매출은 7분기째 감소 행진이다. 전반적인 소비 감소와 경쟁사인 ‘타깃’ 등 다른 중형 할인매장들의 도심 진출, 월마트를 능가하는 초저가 할인매장인 ‘알디’ 등의 급성장 등이 월마트의 순익을 갉아먹고 있다. 이에 월마트는 포화상태인 교외지역 외에 도심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월마트의 뉴욕 진출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일 정도로 숙원 사업이다. 월마트는 5년 전에도 퀸스와 스태튼아일랜드 진출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번에는 브루클린 매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후 뉴욕시 5개 자치구 전역에 모두 진출하려 한다.
그러나 월마트는 뉴욕과 워싱턴에서 도심 소상인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뉴욕시청 앞에서는 월마트 입점 반대 시위가 상시적으로 열리고, 워싱턴 소상인들은 집단소송을 준비중이다. 소상인들은 2009년 월마트가 문을 연 시카고 매장 인근 1.6㎞ 내 306개 소매점 중 4분의 1인 82개가 첫해에 문을 닫았다는 연구 결과를 앞세우며 허가권을 갖고 있는 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월마트는 비노조 방침을 유지하는데다, 인종·여성·동성애 차별 논란에 휩싸여 뉴욕에선 노조, 흑인 인권단체, 동성애자 단체까지 합세해 복잡한 양상이다. 특히 1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뉴욕시 건축노조, 한인들이 다수인 청과물 시장 상인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월마트는 ‘소비자에겐 싼 가격, 실업자에겐 일자리’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스티븐 레스티보 월마트 대변인은 “월마트는 지역 상권을 활성화해 오히려 지역 소매업계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월마트는 또 똑같은 할인점인 ‘타깃’은 뉴욕에 이미 입성했는데, 월마트는 그 상징성 때문에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몇 년 전 꽤 강한 반대를 뚫고 들어선 ‘타깃’의 뉴욕과 워싱턴 매장은 단번에 미국내 전체 타깃 매장 중 순이익 1~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그리고 타깃 등 중소형 할인점들이 ‘월마트’ 반대론자들에게 합법적 경로를 통해 자금 지원을 하면서 월마트 진입을 간접적으로 막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월마트의 도심 진입을 환영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월마트 입점 지지 서명운동에 3만명 이상이 서명을 했고, 뉴욕시청 앞에서는 소규모의 찬성 시위도 동시에 벌어진다. 비즈니스 단체인 ‘뉴욕시를 위한 파트너십’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찬성하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도 소비자 선택권을 들어 간접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맨해튼에서 인근 뉴저지 등으로 건너가 월마트를 이용하는 단골고객들 중에서도 월마트의 뉴욕 진출을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월마트는 세수 확장 효과도 내세운다. 월마트가 들어오면 재정 부족을 겪고 있는 뉴욕과 워싱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월마트가 내는 세금 이상으로, 소상인들이 궤멸하면서 줄어드는 세수는 계산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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