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로크
미-중 관계 회복·교역 확대 ‘기대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임 의사를 밝힌 존 헌츠먼 중국 주재 미국대사의 후임에 게리 로크(사진) 상무장관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에이비시>(ABC) 방송 등 미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공식발표는 8일 있을 예정이다.
로크 상무장관이 주중 대사로 임명되면, 그는 최초의 중국계 주지사, 최초의 중국계 상무장관에 이어 최초의 중국계 주중 미국 대사가 된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에이비시>와의 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로크 장관에게 주중 대사직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하면서 “21세기 미-중 관계 확립과 미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있어서 중국계인 로크 장관보다 더 나은 인물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주중 대사로 로크 장관을 임명하기로 한 것은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 관계의 복원을 시도하는 한편, 그동안 주중 대사의 역할이 정치·안보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면 향후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무역 등 경제 분야에 중점을 둘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크 장관은 중국계라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다.
로크 장관은 할아버지가 광둥성 타이산 출신인 중국계 이민 3세이며 부인 리멍은 상하이 출신이다. 1950년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태어난 그는 예일대(정치학)와 보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로 일하다, 30대 초반인 1982년 워싱턴주 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그는 시애틀 지역 킹 카운티 행정책임자를 거쳐 1997년 민주당 후보로 워싱턴주 주지사에 당선돼 최초의 중국계 미국 주지사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
워싱턴 주지사 재임 중에는 8차례나 무역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고 광저우에 워싱턴주 무역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중국과 교역 확대에 앞장섰다. 그는 2005년까지 두 차례 워싱턴주 주지사를 역임했고, 2003년 초에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연설에 대한 반박 연설자로 나서는 등 당내 입지도 굳혔다. 그러나 2005년 갑작스레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시애틀에 ‘데이비스 라이트 트레메인’이라는 국제로펌 회사를 설립하고, 중국과 미국간 대정부 업무 부문에서 일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뒤 그를 상무장관에 임명했다.
한편, 공화당 출신인 헌츠먼 현 주중 대사는 올해 상반기 중에 대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는데, 헌츠먼 대사는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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