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의장과 면담 예정
28일 쿠바를 방문하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국가전복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쿠바에 억류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61)를 데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그로스는 2009년 12월 미국 대외 원조 기관인 국제개발처(SUAID)의 민주주의 건설 사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등 통신장비를 나눠주다 적발돼 이달 12일 쿠바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그로스가 쿠바의 유대인 공동체 그룹의 인터넷망 구축 작업을 했을 뿐, 범죄 혐의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카터 재단 쪽은 그로스 석방과 관련해 공식 언급을 않고 있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의 일정을 보면, 도착 당일 문제가 된 아바나 유대인 공동체를 방문하고, 다음날인 29일에는 대규모 정치범 석방 조처를 이끌어냈던 하이메 오르테가 쿠바 가톨릭 추기경을 만나고, 30일에는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면담한 뒤, 방문 성과를 알리는 기자회견까지 열도록 돼있어 쿠바 당국의 그로스 석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북한 방문 때에도 억류돼 있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를 데리고 귀국한 바 있다.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쿠바 정부는 그로스 석방을 매개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쿠바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행 규제를 완화하고, 쿠바 당국과 이민과 우편 왕래 등에 대한 협상을 재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쿠바 방문에 이어 다음달 전직 국가 수반 모임인 ‘엘더스 그룹’ 회원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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