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출신
남미 이민자·중국 원정출산자들 겨냥
하원에 금지안 상정…여권 절차 강화
하원에 금지안 상정…여권 절차 강화
미국에서는 올 들어 ‘원정출산’(Birth Tourism)으로 태어난 아이와 ‘앵커 베이비’(anchor baby)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느냐는 문제가 이민법 개혁의 또다른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앵커 베이비는 속지주의를 채택하는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취득한 불법이민자 자녀가 18살이 되면 가족의 미국 영주권을 청원할 수 있어 가족 전체를 미 시민권자로 만드는 ‘닻’(anchor) 역할을 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하원 이민소위 위원장인 공화당의 스티븐 킹 의원은 지난 1월6일 불법체류 부모와 원정출산으로 태어나는 자녀들에게는 미국 시민권 부여를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앞서 애리조나, 조지아, 버지니아 등 20개주 주의회에서도 같은 법안을 공동추진했다.
1868년 개정된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불법체류자나 여행객의 자녀도 미국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시민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는 남북전쟁 이후 해방된 노예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러나 최근 중남미 출신들의 ‘앵커 베이비’, 그리고 중국·한국 등 아시아 출신의 원정출산 아이들의 가파른 증가 속도가 속지주의 폐기의 명분이 되고 있다.
이민옹호단체인 퓨히스패닉센터의 추산을 봐도 불법체류자 부모나 원정출산 등을 통해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얻는 아이가 미국 전체 출생아의 8%에 해당하는 매년 34만여명에 이른다. 이 중 원정출산 아기의 수는 정확하지 않으나, 반이민단체인 이민연구센터는 매년 3만9000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연방 차원에서 앵커 베이비와 원정출산에 대한 미국 시민권 금지안이 법제화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불법이민자 논쟁을 촉발시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려는 이민개혁에는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국무부는 최근 미국 여권 신청서 양식을 바꾸면서 여권 신청자의 출생 시부터 현재까지 거주지, 학교, 직장 주소와 전화번호, 부모·형제의 출생일자와 장소의 주소, 신청자가 태어날 때와 태어나기 1년 전, 1년 뒤의 어머니 거주지, 심지어 신청자가 태어날 때 어머니의 산부인과 주치의 예약날짜, 출생 시 입회자까지 기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무부는 5월 말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다분히 불법체류자나 원정출산 아이들의 여권 신청을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이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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