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선두권 ‘오바마 공격수’…민주당에 거액 헌금
최근 공화당 대선주자로 거론된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출생 의혹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의료보험 개혁 등 민주당의 정책을 사사건건 비판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정작 민주당에 거액의 정치헌금을 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최근 10년 간 트럼프의 정치헌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126만6863달러(13억6000만원) 가운데 58%인 73만1923달러가 민주당에 제공돼, 41%인 51만6340달러가 제공된 공화당보다 더 많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정치자금을 제공한 이들 중에는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있지만, 현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뉴욕) 전 상원의원을 비롯해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원내대표, 존 케리(매사추세츠), 고 에드워드 케네디(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등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람 이매뉴얼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최근 시카고 시장에 출마했을 때도 5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로부터 가장 많은 헌금을 받은 정치단체는 뉴욕주 민주당 상원 선거위원회(12만5600달러)였고, 이어 공화당 주지사협의회, 민주당 상원선거위원회, 뉴욕주 민주당,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 1~5위 중 4곳이 민주당이었다.
트럼프는 올 초 대선 출마를 언급한 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주자 중 1~2위를 차지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미 정치권에서는 그의 인기가 대중적 인지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독설, 국제유가를 40~50달러로 내리겠다는 식의 포퓰리스트적 발언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권에선 폄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의 대선 출마 시사는 자신이 진행하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인 <어프렌티스>의 시청률을 높이려는 수단이라는 의구심도 상당하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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