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치에 육박하는 숫자…확인 사망자 300명 넘어
원전 전기 끊겨 가동중단…비상발전 ‘후쿠시마공포’
휩쓸고 간 곳들 초토화…일부 도시는 암흑세상
원전 전기 끊겨 가동중단…비상발전 ‘후쿠시마공포’
휩쓸고 간 곳들 초토화…일부 도시는 암흑세상
미 동남부 ‘비상사태’
40년 만의 대형 토네이도가 미국 앨라배마주 등 동남부 일대를 강타해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27일(현지시각) 단 하루 만의 일이었다. 이날 하루 동안 관찰된 토네이도는 모두 164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가장 토네이도가 많이 발생하는 4월 한달치에 해당하는 숫자라고 전했다.
27일 오후 불기 시작한 토네이도는 저녁 무렵이 되자 앨라배마 지역의 하늘을 시커멓게 덮으면서 휩쓸고 지나갔다. 옷장, 지하실 등에 급히 대피해 목숨을 구한 시민들도 문을 열고 나왔을 때는 ‘완전히 달라진 세상’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중심가 식당과 상가건물 등의 지붕은 거의 다 날아가고 집들은 벽이나 기둥만 남은 채 폐허로 변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숨어 부부가 서로 꼭 껴안은 채 토네이도를 견뎌낸 조이스 스미스는 다음날 아침 처참한 집 마당에서 친구와 통화하며 펑펑 울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주민들은 긴급구호소로 이동하고 있지만, 공간과 음식물 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앨라배마주 헌츠빌 서쪽에 있는 브라운스 페리 원전의 송전선로가 파손되면서 가동이 중단돼 비상발전기로 원자로를 냉각시키고 있어 주민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안전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어 가장 낮은 단계의 비상상황”이라며 안심시키고 있다.
이번 토네이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최소 36명이 숨진 앨라배마주의 소도시 터스컬루사다. 시내에는 쓰러진 나무와 전선들이 뒤엉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고, 병원 응급실은 1700여명이 치료를 받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넘어진 나무들이 송전선을 덮치면서 전기가 끊겨 밤이 되자 도시 전체가 캄캄한 암흑세상으로 변했다. 터스컬루사 시당국은 27일에는 밤 10시, 28일에는 저녁 8시 이후 통행금지를 실시했다.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로 변해버린 집이 있던 자리를 들추며 가재도구, 옷가지 등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장난감 자동차, 쇼핑카트, 바퀴 달린 책상 등에 실어 옮기고 있으나, 다들 희망을 잃은 듯한 모습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주별로는 앨라배마주가 210명이 숨져 가장 큰 피해를 봤고 이어 테네시(34명), 미시시피(33명), 조지아(14명), 아칸소(12명), 버지니아(5명), 미주리(2명), 켄터키(1명) 등 8개 주에 걸쳐 사망자가 나왔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조지아주 등에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연방정부 차원의 긴급구호 작업과 이재민 지원을 승인해 1400여명의 방위군 병력이 투입됐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부인 미셸과 함께 최대 피해를 입은 터스컬루사를 방문해 피해 지역 주민을 위로할 예정이다.
이번 토네이도는 1974년 315명의 사망자를 낸 토네이도 이후 37년 만의 최대 피해를 내고 있다.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어 747명이 숨졌던 1925년 토네이도 이후 86년 만에 최대 인명피해를 기록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기상당국은 28일 뉴욕, 메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동부지역 일대까지 토네이도 경보를 내리는 등 30일까지 집중호우 등 기상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불안감은 커져 가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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