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강 범람 물길 바꿔
소도시·유적 등 피해 본격화
‘강원도 크기’ 경작지도 침수
소도시·유적 등 피해 본격화
‘강원도 크기’ 경작지도 침수
대도시 뉴올리언스를 살리기 위해 미시시피강의 물길을 바꿈에 따라 인구 2만5000여명의 모건시티와 후마 등 미국의 ‘케이준 컨트리’ 지역 주민들이 16일 대피했다.
미 육군 공병대는 미 정유시설의 10% 이상이 밀집한 뉴올리언스와 루이지애나 주도 배턴루지를 보호하기 위해 뉴올리언스 북서쪽 모간자 배수로의 수문 2개를 14일 38년 만에 개방한데 이어 15일 7개, 16일에도 2개를 추가 개방했다. 이에 따라 물줄기가 남서쪽의 아차팔라야강 쪽으로 돌려져 수몰이 예상되는 강 하류 침수지역 주민들의 대피가 본격화됐다. 루이지애나주는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경찰이 집집마다 방문해 대피를 당부했다. 강변에 있는 수십개의 카지노는 모두 문을 닫았고, 도시 진입로도 폐쇄됐다. 주립교도소도 침수가 예상돼 주정부는 3500여명의 재소자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케이준’이라 불리는 이 지역은 캐나다 동쪽 끝 노바스코샤 지역에 살던 프랑스계 사람들이 1750년대 영국군에 의해 쫓겨나 강제 이주당하면서 지금까지 독특한 공동체를 형성해왔고, 매운 맛이 나는 ‘케이준 스타일’ 음식을 개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배수로 개방으로 2000여개의 건물이 물에 잠기고 모두 2만2500여명이 침수 피해를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문 개방은 앞으로도 몇 주간 계속돼 하류 지역 침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중서부 지역의 집중호우와 겨울에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시작된 미시시피강 대홍수는 1937년 대홍수 이후 최대 규모로 미주리, 켄터키, 테네시, 아칸소,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 9개 주에 큰 피해를 내고 있다. 이번 홍수로 중서부와 남동부 지역에서는 이미 우리나라의 강원도 면적보다 더 넓은 300만에이커(1만2140㎢)의 경작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수몰 예상지역 인근엔 유명한 역사유적지 빅스버그도 포함돼 있다. 남북전쟁 당시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이 이끄는 북군의 포위 공격에 47일간 저항하다 항복하면서 남북전쟁의 물줄기를 바꾼 이 유적지도, 강 수위에 따라 수몰 가능성이 없지않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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