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50만달러 이상 모금자 80%가 행정부에”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부를 둔 ‘레벨3 커뮤니케이션스’라는 통신회사의 부회장인 도널드 깁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친구로,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기부금을 포함해 50만달러를 오바마 대선 캠프에 보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한 2009년 중반,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사로 부임했다. 또 레벨3 커뮤니케이션스는 정부가 추진하는 6개 주 브로드밴드(광대역통신) 프로젝트를 수주해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람 중 상당수가 오바마 행정부 출범 뒤 각종 공직에 임명되거나 정부의 수주를 따내는 등의 수혜를 입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15일 밝혔다. <폴리티코>는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위해 정치자금 모금 활동을 펼쳤던 인사들과 그 배우자 556명 가운데 3분의 1 정도(184명)가 오바마 정부 출범 뒤 정부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50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모금했던 사람들 중에서는 80%가 행정부에서 ‘핵심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자금 모금자 가운데 대사직에 임명되거나 지명된 사람도 24명에 이른다. 정치자금 모금을 주도했던 인사나 그 가족들의 백악관 방문 기록은 3000회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당시 재력가 집단의 영향력을 줄이고, 로비스트를 쫓아내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거액 기부자들에게 의지했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8년의 재임 기간에 자신을 위해 정치자금을 모금한 사람들 200여명을 각종 정부직에 임명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2년여 만에 비슷한 수의 인사를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백악관은 “임명된 사람들은 모두 자격을 갖춘 인물”이라며 “기부를 했다는 사실이 정부직을 얻게 해주지도 않지만, 정부직에서 배제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위해 소액 기부자들의 선거자금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본부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버락과 함께 저녁을’이란 제목의 이메일 초대장을 띄우고 “5달러 이상을 기부하면 추첨을 해 4명에게 대통령과 저녁식사를 할 기회를 준다”고 소개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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