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새 소득 격차 커져…“기업경영인 고임금이 불평등 원인”
1970년대 미국 최고의 우유회사 최고경영자(CEO)였던 케네스 더글러스의 임금을 포함한 연소득은 요즘 돈가치로 환산했을 때, 약 100만달러(10억8300만원) 정도였다. 회사는 더글러스에게 캐딜락 차량을 제공했고, 골프 회원권이 한 장 있었고, 그의 집은 방이 4개였다.
현재, 또다른 미국 굴지의 우유회사인 딘푸드 최고경영자인 그레그 엥겔스의 연수익은 1000만달러(108억원) 정도다. 그는 시가 600만달러(65억원)짜리 집에 골프 회원권 4장을 갖고 있다. 본사인 텍사스주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땐, 1000만달러짜리 자가용 제트기를 주로 탄다.
미국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거의 그대로인데, 기업 경영자의 소득은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기업 경영인의 연소득은 지난 1970년부터 2005년까지 430%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업의 수익 증가율(250%)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노동자들의 임금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할 26% 증가에 그쳤다. 신문은 “미국의 빈부격차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현재 소득기준으로 상위 0.1%에 해당하는 15만2000명의 평균소득은 연간 560만달러(60억6000만원)로, 지난 1970년에 견줘 385% 늘어났다. 이들의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 1975년의 2.6%에서 10.4%로 크게 올랐다. 소득 상위계층 0.1%에 포함된 국민의 직업으로는 비금융업종의 경영진이 전체의 41%를 차지해 기업 경영인의 고임금이 소득 불평등의 주요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민 대다수가 포함된 하위 90%의 평균소득은 한해 3만1244달러(3400만원)로, 1970년에 비해 오히려 1% 줄어들었다. 미 중앙정보국(CIA) 자료를 보면, 미국의 빈부격차는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우간다, 자메이카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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