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주한미대사에 성 김(51)
8월중 부임할듯…‘한반도 라인’ 재정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차기 주한미대사에 성 김(51·사진) 6자회담 특사를 공식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 김 대사 등의 지명 발표문을 통해 “헌신적이고 능력있는 인물들이 미국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정부에 참여하게 돼 큰 자신감이 생긴다”며 “조만간 이들과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 김 지명자가 미 상원 인준을 거쳐 주한미대사로 부임하면, 1882년 한-미 수교 이후 12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계 주한미대사가 탄생하게 된다. 상원 인준은 8월 의회 휴회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여 성 김 대사는 8월 중 한국에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대사로 성 김 특사가 지명된 데 대해 미 정치권은 첫 한국계 주한미대사라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데이비드 스트로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한국말과 문화를 아는 성 김 대사는 한국에서 미국의 이해를 효율적으로 대변하고, 한반도 상황에 대한 명확한 통찰력을 미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주한미대사의 역할 중 상당 부분이 북한 문제인데, 성 김 내정자만큼 정통한 이가 없다. 한국 정부로서도 함께 일을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성 김 특사 후임에는 클리퍼드 하트 해군참모총장 외교정책 자문역이 내정되면서 미국의 한반도라인의 재정비도 마무리되고 있다. 백악관에서 한반도 등 아시아 문제를 총괄하던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4월 브루킹스연구소로 자리를 옮겼고, 그 자리에는 국가안보회의에서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을 지낸 대니얼 러셀이 옮겨왔다. 또 러셀의 자리에는 30년 가까이 북한 정보통으로 일해온 시드니 사일러가 임명됐다. 국무부에서 대북정책을 총괄하던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도 물러나고,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 유화정책을 이끌었던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이 국무부 정무차관직에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에서는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월레스 그렉슨 아태담당 차관보가 퇴임했다.
백악관-국무부-국방부에서 한반도 담당 인사들이 한꺼번에 교체됐지만, 미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라며 “인사보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미국 내 정치 상황과 북한의 움직임, 한국 정부의 대응 등이 오바마 정부의 향후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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