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 들어 ‘규제 불가’ 판결
미국 연방대법원은 27일 폭력성 짙은 비디오게임을 미성년자에게 판매 및 대여하는 것을 주 정부가 규제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 근거는 종교·언론·출판·집회 등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였다.
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미성년자에게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판매 또는 대여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비디오게임 판매·대여업자에게 최고 1000달러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한 법률을 채택하고 있으나, 최근 새크라멘토의 제9 순회 항소법원은 수정헌법 제5조를 인용해 캘리포니아주의 해당 법률 조항이 미성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날 9명의 대법관 가운데 찬성 7, 반대 2로 항소법원의 결정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다수 의견에 동참한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책, 연극, 영화와 마찬가지로 비디오 게임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968년 뉴욕 법원은 음란물을 청소년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권인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리는 등, 수정헌법 1조가 제한된 사례도 있다. 이에 스칼리아 대법관은 “폭력의 표현은 음란물로 규제될 수 없다”며 이번 사안이 68년 판결과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비디오게임 규제법안을 제출한 리랜드 이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은 “대법원이 또 한 번 기업의 이익을 우리 아이들의 이익보다 우선시했다”며 항의했다. 지난해 미국의 비디오게임 시장은 18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한편, 찬성 의견을 밝힌 일부 판사들 중에는 캘리포니아의 해당 법률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혀, 캘리포니아주가 정교한 법안을 만들면 다시 심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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