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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서바이벌 쇼’ 10년,
그들은 왜 ‘21세기 콜로세움’에 열광하나

등록 2011-07-03 21:21수정 2011-07-03 22:33

국내에서도 방영한 미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NBC) 시즌2의 장면들. 현재 시즌6이 진행중인 이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국내에서도 방영한 미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NBC) 시즌2의 장면들. 현재 시즌6이 진행중인 이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시청률 20위권내 절반이 ‘생존경쟁 프로그램’
출연자 극한상황 몰아 ‘유희적 쾌감’ 느끼는듯
승자독식사회 ‘축소판’ 보며 감정이입 분석도
방송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에 따르면, 지난 6월20~26일 1주일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은 <엔비시>(NBC)의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다. 일반인들이 나와 노래를 포함한 각종 장기 등을 선보이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1349만명이 시청했다. 그다음인 <더 보이스>(NBC)는 가창력 위주 일반인 노래 경연으로, 역시 매회 탈락자를 선정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한 여자를 놓고 25명의 남자가 겨루는 <배철러렛>(ABC), 오지 탐험 경쟁인 <엑스피디션 임파서블>(ABC), 댄스 경연인 <유 캔 댄스>(FOX) 등 시청률 순위 20위 가운데 절반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최근 붐이지만, 미국은 이미 10년째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방송을 장악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본고장이다. 1999년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ABC)는 그 시작이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무대다. 이듬해 일반인들을 오지에 가둬두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매주 한 명씩 떨어뜨려 최후의 1인을 뽑는, 말 그대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서바이버>의 등장으로 본격적 막이 올랐다.

원초적 생존경쟁인 <서바이버> 다음에 나타난 건 2003년 <조 밀리어네어>(FOX)로 시작된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여자 1명을 놓고 남자 25명이 겨루는 <배철러렛>, 그 반대인 <배철러> 등이 있다. 최근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과 스타 댄스 경쟁인 <댄싱 위드 더 스타>가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이처럼 현재 미국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야생 서바이벌, 짝짓기, 오디션 등 3가지 형태가 주를 이루면서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영국·프랑스 방송 포맷에서 차용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이렇게 미국에서 꽃핀 이유는 무얼까? 우선은 동일한 규칙 안에서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을 구현시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게 첫손에 꼽힌다. 양극화에 따른 심리적 박탈감이 큰 미국인들에게 무명씨가 스타가 되는 인생역전 드라마를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심리적 위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범적 이유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인기의 실제 원동력은 탈락 문턱 앞에서 무한 약자인 출연자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일종의 ‘유희적 쾌감’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는 ‘독설가’ 심사위원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청자들이 직접 탈락 여부를 정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부분적일망정 시청자는 출연자들의 생살여탈권을 쥔 전지전능한 느낌을 얻기도 한다.

이와 함께 극한상황에서 벌어지는 경쟁, 음모, 배신 등 적나라한 인간의 내면을 엿보는 심리도 한몫한다. 장소만 달라질 뿐 거의 같은 포맷인 <서바이버>가 10년째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또 짝짓기 프로그램의 경우, 여성 참가자들이 1명의 남성 참가자를 유혹하기 위해 키스, 애무는 물론 지난 밤 성관계를 맺은 사실까지 숨기지 않는 등 엄청난 선정성을 띠고 있는 것도 시청자들의 눈을 끌어당기는 요소다.

이 밖에 예전에는 우승자를 정했다면, 이번에는 탈락자를 정하는 정반대 방식이 무한경쟁 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아 ‘남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감정이입도 인기의 또다른 요인이다.

미국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부상하던 2000년대 초반, 한국 방송가도 <악동클럽>·<꼴찌탈출>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나,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끄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도 무한경쟁과 패배자 도태 문화에 더 익숙해졌음을 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건 결과 발표 후 장면이다. 우리나라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남은 사람이 탈락자를 위로하고, 서로 경쟁자이면서도 역설적으로 무한한 동료애를 보여준다. 그러나 승자독식과 개인주의 문화가 강한 미국에선 승자는 자신의 기쁨을 만끽하고, 탈락자에 대해선 별 동정심을 보이지 않는다. 팀 미션에서 졌을 때는 팀내에서 상대방을 비방하느라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트럼프 그룹의 시이오가 되기 위해 서바이벌 형식의 비즈니스 대결을 펼치는 <어프렌티스>에서는 탈락자가 결정되면, 도널드 트럼프가 “넌 해고야”(You’re fired)라고 외치는 등 탈락자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 그것이 미국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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