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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워싱턴, 빈민가 학교 교원에 ‘칼바람’ 논란

등록 2011-07-17 20:49수정 2011-07-17 21:56

‘학생성적 향상 평가’ 4등급 나눠 교사 206명 해고
부촌 교사는 높은등급 많아…노조 “불공정” 반발
미국 워싱턴 디시(D.C.)가 지난 15일 업무평가를 근거로 관내 교사의 5%에 해당하는 206명을 대량 해고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해고 조처는 미셸 리 전 워싱턴 교육감이 학업능력 향상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시행했던 교사들의 업무수행 평가(IMPACT·이하 임팩트)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교사 외에 다른 직종까지 포함하면 이날 해고 통보된 워싱턴 교육청 관할 내 인력은 413명에 이른다.

임팩트 프로그램은 교사들을 4등급으로 나눠 ‘매우 효과적’으로 분류된 교사에게는 최대 2만5000달러(약 2650만원)의 성과급 보너스를, 최하위 등급인 ‘효과적이지 못함’으로 분류된 교사에겐 해고 조처를 내리도록 돼 있다. 바로 위 등급인 ‘거의 효과적이지 않음’ 등급도 2년 연속 받으면 해고된다.

2007년 에이드리언 펜티 전 시장에 의해 교육감으로 전격 발탁됐던 미셸 리는 3년 반 동안 학생 성적을 잣대로 학교 23곳을 폐쇄하고, 교장 36명, 교사 507명, 교직원 424명을 퇴출시켰다. 지난해 워싱턴 시장으로 교원노조의 지지를 받는 빈센트 그레이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서 미셸 리 교육감은 물러났다. 그런데 그레이 시장이 지명한 카야 헨더슨 새 교육감도 미셸 리의 교원평가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헨더슨 교육감은 “능력이 뛰어난 교사는 보상받고, 무능한 교사는 떠나고, (능력 향상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교사들은 워싱턴 교육청과 노동청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워싱턴 교원노조 회장인 네이선 샌더스는 “임팩트 프로그램은 학습 환경이 나쁜 학교의 교사들이 낮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열악한 학습 환경에 있는 학교들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 방식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최고 등급인 ‘매우 효과적’으로 분류된 교사 663명 가운데 워싱턴 북서쪽 부촌인 3학군 지역의 교사는 21%(135명)를 차지했다. 빈민가인 워싱턴 동쪽 7, 8학군 지역에서 ‘매우 효과적’ 등급을 받은 교사는 두 학군을 합쳐도 3학군의 절반 수준인 71명에 그쳤다. 헨더슨 교육감도 교원노조의 이런 지적에 대해 일부 수긍했다. 그러나 헨더슨 교육감은 “어려운 환경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을 위해 기준을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건 (교사가 아닌) 학생들에게 불공정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교사들의 실력 향상을 교육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미국 각 지역에선 이와 비슷한 교사 평가 방식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빈민가 학교에서 휴일도 반납하며 학생들이 탈선하지 않도록 열성적으로 지도했던 한 교사가 자신의 실적평가 결과에 낙담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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