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월스트리트저널·폭스뉴스
사설·방송 통해 영 언론 비판
“머독 보도는 상업적·이념적”
사설·방송 통해 영 언론 비판
“머독 보도는 상업적·이념적”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월스트리트저널>, <폭스뉴스> 등이 그동안 영국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불법도청 사건을 축소보도하다가, 이제는 본격적인 ‘머독 감싸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머독의 인터뷰를 2개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내보낸 데 이어 18일에는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일간 <가디언>과 <비비시>(BBC) 방송 등 영국 언론을 강하게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매체가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 “상업적이고 이념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규정하며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수십년간 특종을 돈으로 사왔고, 유명인들의 가십거리를 캐내온 상황에서 한 언론사에 대해 그렇게 도덕적으로 격분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비꼬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가디언>이 2007년 <월스트리트저널>을 머독에게 매각한 밴크로프트 가문이 “<월스트리저널> 매각을 후회한다”고 말한 내용을 보도한 것에 대해 “독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이 4년 전보다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 알 수 있다. 뉴스코프는 더 많이 투자했고, 국외 기사는 더 탄탄해졌고, 주말판은 더 실용적이됐고, 디지털 배달망은 확장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영국 의회 청문회와 관련된 19일치 기사에서는 “(이번 청문회는) 뉴스코퍼레이션과 영국 정치인들 사이의 40년간 쌓인 애증의 결과”라며 “5만1000명을 고용하고 연간 3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제국의 명성이 위기에 처했다”고 말해 마치 머독이 ‘정치적 희생양’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폭스뉴스>도 지난 15일 ‘폭스 앤 프렌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사건은 해킹 스캔들”이라며 “시티그룹, 뱅크 오브 어메리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에서 일어난 여러 심각한 해킹 사건처럼 이를 다뤄야 한다”고 말해 사건의 초점을 흩뜨렸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시엔엔>(CNN)은 <폭스뉴스>가 이번 사건을 축소 보도하고 있다며 경쟁관계에 있는 머독 소유의 언론사의 보도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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