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김 인준청문회 40분만에 끝나
부인과 두딸 직접 소개,
“한반도일 하게 됐을때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부인과 두딸 직접 소개,
“한반도일 하게 됐을때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21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회의장 맨 앞자리에 한국계로 보이는 한 가족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최초의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성 김(51) 국무부 6자회담 특사와 가족들이다.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에는 인준 대상자의 가족들이 함께 참석하는 것이 전통이다.
성 김 지명자가 첫머리 발언에서 “외교관은 특별한 지위이지만 가족에게는 항상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때때로 딸들이 ‘이사 그만 다닐 수 있도록 나가서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해 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농담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짐 웹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위원장이 “자랑스러울 테니 가족들이 인사할 기회를 주라”고 권했다. 성 김 지명자는 “가족이 수줍어 한다”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기립”이라고 외친 뒤 일제히 일어선 부인 등을 방청객들에게 소개했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청문회는 40분 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미국 인준청문회는 여야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지 않는 인사의 경우 위원장만 참석할 때가 종종 있을 정도로 출석률이 낮다.
성 김 지명자는 머리발언에서 “나의 부모는 35년 전 나를 데리고 미국으로 왔다. 그때 부모님은 내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첫 주한 미국대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첫 한국계 주한대사 지명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유신정권에서 주일공사를 지냈으며, 당시 김대중 납치 사건과 연루돼 그 직후 중학생이던 성 김 지명자를 포함한 가족들을 데리고 이민길에 올랐다. 성 김 지명자는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내가 공직에서 일하기를 권해왔다”며 “부모님은 내가 외교관이 됐을 때 자랑스러워했고, 내가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 일을 하게 됐을 때 너무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한국계임을 강조한 그는 “한국은 (일제) 강점, 분단, 전쟁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유롭고 번영한 국가가 됐다”며 “이 놀랄 만한 성취는 여러 세대에 걸친 한국인들의 재능과 투지, 희생을 보여준다”고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국민들에 대한 자부심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한반도 안보 현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의 질문에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답했다. 그는 최근 논의되는 북핵 6자회담 재개에 대해 “북한이 협상으로 돌아올 준비가 돼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대북 식량지원을 두고서도 “인도적 측면에서 우려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나,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아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미국 의회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법안과 관련해 “무역조정지원(TAA) 제도와 함께 조속히 처리되길 원한다”고 당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성 김 지명자는 앞으로 8월 휴회(8월6일) 전에 상원 인준 표결을 거쳐 8월 중 서울에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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