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크먼, 미 공화 예비투표 1위
티파티 대표주자로 ‘롬니 없는’ 아이오와서 1위
낙태·동성애·예배설교식 비판…유권자엔 다정
백인 중하층서 열광…롬니·페리와 3파전 예상
티파티 대표주자로 ‘롬니 없는’ 아이오와서 1위
낙태·동성애·예배설교식 비판…유권자엔 다정
백인 중하층서 열광…롬니·페리와 3파전 예상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예비시험으로 통하는 ‘에임스 스트로폴’에서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미네소타)이 1위를 차지해 돌풍을 일으켰다.
바크먼은 13일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실시된 스트로폴에서 전체 투표수 1만6892표 가운데 28.6%인 4823표를 얻어 2위인 론 폴(4671표) 하원의원을 152표 차이로 따돌렸다. 3위에 그친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주 지사는 14일 중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567표에 그친 것은 이번 투표의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바크먼이 이제 ‘다크호스’에서 ‘유력 주자’로 바뀌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3선 하원의원으로 특출한 이력이 없는 변호사 출신 바크먼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전 선두로 나설 수 있는 바탕은 그가 보수적 유권자단체인 ‘티파티’의 하원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동성애, 낙태 등 사회적인 보수의제들에서 강경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받았다. 선두권을 달리는 롬니 전 지사가 이런 이슈에서 중도 색채를 띠는데다, 기독교인들로부터 이단으로 여겨지는 모르몬교 신자라는 점에서, 루터교파인 바크먼의 정통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보수 목소리가 중남부 ‘바이블 벨트’를 중심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바크먼의 연설에는 동성결혼 이슈가 꼭 나오고, 성경을 인용하며, 관중들에게 “보수주의자임을 부끄러워 말라”고 권하는 등 예배 설교를 연상시킨다. 또 바크먼은 목사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의 선거참모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허커비 전 지사의 복음주의 표밭을 물려받았다.
특히 경기침체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은 바크먼 돌풍의 거름이 됐다. 바크먼은 여성에다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반워싱턴 정서와 거리감을 둘 수 있다. 그는 “오바마는 단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아 공화당 지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있다.
사실 보수, 강경, 여성 등의 아이콘은 바크먼 이전에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차지하고 있던 영역. 그러나 최근 바크먼이 페일린보다 더 주목받는 이유는 지적·도덕적 결함을 노출하면서 대중스타로 바뀐 듯한 페일린에게는 없는 면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크먼은 ‘지적인 페일린’으로 불리는 한편, 무테 안경의 강한 인상을 주는 페일린과 달리, 유세장에서 아기를 안기 전에는 팔찌를 벗고, 질문한 유권자에게 답변하기 위해 단상에서 내려오고, 유권자와 춤추고 어울리는 등 더 부드럽고 더 친근한 모습이다. ‘강한 정치적 발언’과 ‘부드러운 감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고등학교 졸업 뒤에는 이스라엘 키부츠 농장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5명의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23명의 아이들을 입양하는 등 ‘도덕성을 강조하면서도 늘 도덕적 흠결에 시달리는’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크먼의 유세장에서 열광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백인 중산층 이하 계층이다. 경기침체로 고용위기에 시달리는데다 이민자, 진보 열풍 등으로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몰리면서 심한 피해의식을 느끼는 계층이다. 바크먼은 특유의 여성적 부드러움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이들에게 정신적 위안과 정당성을 심어주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중선동적인 바크먼 돌풍의 밑바탕엔 이처럼 미국 보수 백인들의 허물어진 물적 토대와 뒤틀린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바크먼 돌풍이 ‘신드롬’을 넘어 공화당 대선 후보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금과 조직에서 오랫동안 선거 준비를 해온 롬니 전 지사보다 크게 뒤진데다, 그 역시 페일린처럼 앞뒤가 안 맞는 구석이 논란거리로 튀어나오고 있다. 재정지출 삭감을 제대로 않는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정작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그의 상담클리닉은 5년 동안 주정부로부터 3만달러가량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또 국립공원관리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역구인 미네소타주 세인트크루아강에 4차로 교량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심한 편두통 등 건강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역사상 하원의원이 곧바로 대통령이 된 것도 1881년 제임스 가필드가 유일하다. 아직 본격적인 시동을 걸지 않은 페일린과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가세할 경우, ‘여성’, ‘기독교’라는 바크먼의 두 가지 대표적 지분을 이들과 각각 나눠 가져야 한다. 아직까지 바크먼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미 정치권에선 공화당 경선 초반전이 롬니 전 지사, 페리 주지사, 바크먼 의원의 3파전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페리는 이날에야 대권 도전을 공식발표했지만, 에임스 스트로폴에서 명단에도 없는 그의 이름을 적은 표가 718표나 나와 돌풍을 예고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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