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나같은 슈퍼부자에 비상식적 감세혜택”
오바마도 “옳은 말”…방송여론조사 95% “찬성”
오바마도 “옳은 말”…방송여론조사 95% “찬성”
미국에서 ‘부자 증세’가 또다시 논란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경제’를 주제로 중서부 지역 시민들과 만나는 버스 투어의 첫 장소인 미네소타주 캐넌폴스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14일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슈퍼 부자 감싸기를 중단하라’는 칼럼을 인용하면서 “그의 말이 옳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기고에서 “지난해 나는 소득의 17.4%를 연방 세금으로 냈으나 내 사무실 직원 20명의 세율은 33~41%로 나보다 높다”며 “미국인 대다수가 아등바등하는 동안 나 같은 슈퍼 부자들은 비정상적인 감세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율이 낮아진 2000년대 이후 일자리 창출이 훨씬 줄었다며, 중산층·빈곤층의 급여세 감면 혜택은 그대로 두고 부유층한테는 즉각 세금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이 기고는 곧바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억만장자인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동의를 표시했다. 15일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워런 버핏’이었다. <엠에스엔비시>(MSNBC)가 누리집에서 벌인 여론조사에선 참가자 95%가 버핏의 주장에 찬성했다.
버핏의 부자증세 주장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증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미국인들의 모습은 사뭇 달라졌다. 정부 디폴트 위기,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 충격의 영향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감세를 주장하는 공화당 주자들을 향해 “국가부채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할 때, 세수는 고작 1달러를 늘리면서 지출은 5달러를 줄여야 한다면 동의하겠느냐”며 “비상식적”이라고 공화당을 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다음달 의회가 여름휴가를 마치고 정상화되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새로운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계획에는 증세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짐작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겨냥해 ‘부자 증세’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필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 타개를 위해 필수적인 장기 플랜인 동시에 지지율이 39%까지 떨어진 오바마로선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조지 부시 행정부의 연간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 혜택의 철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작은 정부, 감세’를 주장하는 티파티와 공화당의 반발로 계속 좌절됐고, 공화당과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서도 막판에 이를 양보해야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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