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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그의 꿈은 미완…우린 계속 나아가야”

등록 2011-08-24 20:54수정 2011-08-24 23:16

개관 앞둔 킹 목사 기념관 가보니
‘내겐 꿈이 있습니다’ 외친 링컨 기념관 앞쪽에
9m 입상 우뚝…생전연설 130m 바위에 새겨
일반 사전 공개…28일 개관식 40만명 모일 듯
미국 수도 워싱턴 디시(DC)의 내셔널몰에 들어선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틴 루서 킹(1929~1968) 목사의 기념관(메모리얼)을 찾은 23일, 가족들의 손을 잡은 사람들로 4에이커(1만6000㎡) 규모로 꽤 넓은 기념관 부지가 북적였다. 오는 28일 개관식을 앞둔 이곳은 22일부터 일반 공개를 시작했다.

워싱턴 인근 주민들은 물론 여행객들까지 몰려들어 오후 4시께엔 입장객이 1만명을 넘어섰다. 손자 길리언(6)의 손을 잡고 기념관을 찾은 그레고리 코레이(61)는 흑인이다. 그는 “손자에게 킹 목사의 이상과 신념을 알려주기 위해 함께 왔다”고 말했다. ‘흑인 대통령이 나왔으니, 킹 목사의 신념이 이젠 이뤄졌냐’고 물으니 그는 “노”라고 말했다. 그는 “킹 목사가 숨졌을 때, 나는 18살이었다. 그때와 지금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킹 목사의 꿈이 완전히 성취된 건 아니다. 또 킹 목사는 인종적 평등만이 아닌, 부자와 가난한 자, 사회적 강자와 약자 등 모든 인간적 불평등이 없는 사회를 꿈꿨다. 우린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관이 위치한 곳은 봄이 되면 벚꽃이 만발하는 워싱턴의 타이들 호수 북서쪽. 9.14m에 이르는 킹 목사의 화강암 입상은 이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링컨 기념관 좌상(5.8m)보다 훨씬 크다.

기념관 입구는 두 개의 커다란 화강암 사이에 좁은 길로 되어 있는데, 여기엔 ‘절망의 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곳을 지나면, 킹 목사의 석상이 새겨진 ‘희망의 돌’이 나온다. 뒤쪽으로 보이는 130m 길이의 검은 화강암엔 킹 목사가 생전에 했던 연설이 연이어 새겨져 있다.

뒤쪽으론 킹 목사가 1963년 ‘내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명연설을 한 장소인 링컨 기념관이 있고, 킹 목사가 연설을 끝내고 그곳까지 행진했던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은 호수 건너편으로 바라다보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기념관도 바로 옆에 있다. 워싱턴에는 모두 9개의 기념관이 있는데, 킹 목사 기념관은 흑인 최초, 대통령이 아닌 사람으로서도 최초의 기념관이다.

사람들은 뙤약볕에 땀을 흘리면서도 대부분 표정이 여유로웠고, 낯선 사람의 카메라를 받아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카리브해안의 안티과 섬에서 아내와 함께 온 관광객 앵귈라(49)는 “킹 목사 기념관에 들어서는 순간, 다들 관대해지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킹 목사 기념관은 1980년 그가 활동했던 알파 파이 알파 프러터니티의 회원들에 의해 처음 제안됐고, 1996년 기념관의 워싱턴 건립을 의회로부터 허가받았다. 2000년부터 모금운동이 시작돼 1억2000만달러의 기금이 모였는데, 정부를 포함해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과 코카콜라, 델타 항공사 등 대기업 후원 등이 모두 합해졌다.

1963년 ‘내겐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한 날에 맞춰 열리는 28일 개관식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참석해 연설한다. 당시 연설에는 20여만명이 모였다. 48년 뒤인 28일, 킹 목사 기념관 개관식에는 40여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방정부는 1986년 킹 목사의 생일인 1월15일께인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했다. 개인 탄생일이 전국적 휴일이 된 건 조지 워싱턴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남부와 서부의 일부 주정부는 아직까지 마틴루서킹 데이의 공휴일 지정을 거부하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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