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린이 28일 미국 북동부 해안지역을 강타했다.
워싱턴, 뉴욕, 필라델피아 등 미국을 상징하는 대도시들과 6500만명의 인구가 밀집한 북동부는 11살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9명이 숨지고 200만가구의 전기가 끊기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뉴욕에는 사상 처음으로 강제 소개령이 발동돼 37만명이 긴급 대피했다.
아이린은 28일 새벽 2시께 거센 바람과 폭우를 몰고 뉴욕에 상륙했다. 세계 최대 도시인 뉴욕은 전날부터 지하철 등 모든 대중교통과 항공 운항이 중단되고 선박들은 항만에 발이 묶였으며 거리에는 자동차와 인적이 끊기는 등 사실상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시 당국은 다리와 터널을 폐쇄했다. 뉴욕 항만엔 아이린이 상륙하기 수 시간 전부터 1m가 넘는 파도가 밀려들었으며, 28일 오전엔 2m가 넘는 파도가 해안을 삼켰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뉴욕 심장부인 맨해튼을 비롯해 해안가 저지대 지역의 침수 경고도 나왔다. 메릴랜드주의 세인트매리 카운티는 댐이 홍수조절 기능을 잃고 범람하는 사태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앞서 27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강풍으로 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버지니아주에선 나무가 쓰러져 3명이 숨졌다고 미 재난당국은 밝혔다. 플로리다주에서도 서핑을 즐기던 50대 남성이 파도에 휩쓸렸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메릴랜드주 등의 200만여 가구에 전력공급이 끊겼다.
아이린은 최대풍속 시속 185㎞에 지름이 800㎞가 넘는 핵폭풍급 위력으로 최고등급인 4등급을 유지한 채 뉴욕을 덮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해안 상륙 당시에는 중심부 최대풍속이 시속 120㎞ 정도인 1등급으로 위력이 약해졌다. 그러나 인구가 밀집한 해안가 메트포폴리탄 지역을 강타하면서, 2005년 카트리나 악몽이 생생한 미국을 다시 한번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휴가 일정을 단축하고 연방재난관리국을 방문해 상황을 점검한 뒤 국립응급지원센터에서 비상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대형 허리케인이 뉴욕을 강타한 것은 1985년 글로리아 이후 26년만이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조일준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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