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손대면 거부권” 공화당에 으름장…버핏세도 고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의 관계 전략을 그동안의 ‘협상’에서 ‘대결’로 바꾸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3조달러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의회에 제안하면서 이른바 ‘버핏세’로 불리는 부자증세안 고수 및 저소득층과 노인들을 위한 공공의료 시스템인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의 구조적 변화 반대를 주장하며 “의회가 여기에 손을 댄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버핏세가 “계급투쟁”이라는 공화당 주장에 대해서도 “이것은 계급투쟁이 아니라 수학”이라고 강하게 맞받아쳤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타협에서 대치로 대공화당 전략을 수정했다”며 “예산안, 정부부채 상한선 등 공화당과의 잇따른 협상에서 백악관이 거듭 양보를 했지만 공화당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백악관 내 강경파가 득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전까진 ‘초당파’를 강조하며 공화당과의 협상을 위해 애썼으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양보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최소한 중도층에 대한 지지는 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정치적 계산도 없지 않았으나, 오바마의 지지율은 점점 하락하고 중도층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공화당의 태도는 전혀 변함이 없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부채 상한선 협상 과정에서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협상장을 떠난 뒤 공화당 내 강경파에 휘둘려 입장을 뒤집는 것을 보며 크게 실망한 뒤, 베이너 의장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정적자 감축과 관련해 어떤 안을 내더라도 공화당의 협조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한 백악관이 그럴 바에야 차라리 민주당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 이를 내년 대선 때까지 이슈화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시스템으로는 2024년이면 재원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 붐 세대들이 노인층으로 유입되는데다 경기침체 여파로 저소득층이 늘어나면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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