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수백명, 금융권에 1주일째 항의시위…85명 체포
세계금융의 중심,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1주일째 시위를 벌이던 젊은이들이 24일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금융권과 부유층의 탐욕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의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는 애드버스터라는 온라인 시민단체가 2만여명의 시위자를 모아 월스트리트를 미국판 ‘타흐리르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기획에서 출발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모여든 시위대의 수는 비록 수백명 수준에 그쳤지만, 뉴욕뿐 아니라 미 전역에서 참가했다. 시위대의 상당수는 20대 대졸 실업자들이었다.
이들은 월스트리트 주변에 머물며 1주일째 ‘부자 과세’, ‘기업복지가 아닌 의료보험 지원’ 등의 손팻말을 들거나 성조기의 별을 기업 로고로 바꿔 기업이 점령한 미국을 빗댄 깃발을 흔들며 월스트리트 주변을 행진했다. 관광객들도 시위대를 향해 손을 흔들며 지지를 보냈다.
시위대는 증권거래소를 향해 몰려갔으나, 바리케이드를 치고 막아선 경찰에 저지당했다. 이 와중에 한 시위 참가자가 체이스 은행 빌딩 앞에서 “어머니의 집을 빼앗아간 은행”이라고 외치며 도로 한복판으로 뛰쳐나가자 경찰이 그를 체포했다. 그러자 이를 저지하는 시위대가 도로로 쏟아져 나왔고 경찰이 최루액을 뿌리면서 이들을 또 체포했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는 “도로로 내려가지도 않고, 아무런 불법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마치 우리를 양떼몰이하듯 한쪽으로 밀어붙이고 마구잡이로 수갑을 채웠다”며 경찰이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무리한 체포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뉴욕 경찰은 이날 시위대 가운데 도로를 점거해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을 막는 등 무질서한 행동을 한 혐의로 참가자 8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