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힘든 싸움…나 또한 굳은 결심”
의보개혁법 위헌심판에 “재심신청 않겠다”
대법원으로 가져가 대선이슈 삼겠다는 뜻
강경노선으로 지지율 하락 정면돌파 의지
의보개혁법 위헌심판에 “재심신청 않겠다”
대법원으로 가져가 대선이슈 삼겠다는 뜻
강경노선으로 지지율 하락 정면돌파 의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적인 개혁 입법 중 하나인 의료보험 개혁법에 대한 공화당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붙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미 법무부는 26일 애틀랜타 소재 제11순회 항소법원이 지난달 12일 의보 개혁법에 대해 내린 위헌 판결에 대해 재심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조처의 내용은 28일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틀랜타 항소법원은 지난해 3월23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의료보험 개혁법에서 각 개인에 대해 의료보험 상품 가입을 의무화한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애틀랜타 법원에 재심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오바마 행정부가 재심 신청을 않겠다고 한 것은 이를 곧바로 대법원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이 경우 대략 내년 6월 하순께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며, 이때는 대선 열기가 한창 뜨거울 때여서 대법원의 위헌 여부 판단이 선거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정치권은 이번 결정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공세에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의보 개혁법 서명식에서 “1세기에 걸친 도전을 거쳐 미국에 새로운 계절이 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공화당과 보수단체들은 의보 개혁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26개 주에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의보 개혁법 통과로 기존 의료보험 가입자들의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공화당의 끊임없는 주장이 지난해 민주당 중간선거 패배의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공화당과의 타협을 위해 의보 개혁안, 재정적자 감축안 등에서 양보를 거듭했으나, 그 결과 중도층으로 정치적 외연이 확대되는 게 아니라 지지층 이탈 현상만 심해졌음을 확인했다.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계속 떨어질 뿐 아니라,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 노동자, 이민자, 젊은층의 결집력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오바마의 ‘우향우’ 행보에 대한 불만도 점점 노골화됐다. 이들은 경제침체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강경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반대를 잘 알면서도 ‘부자 증세’안을 밀어붙이고, 공화당을 향해 “미국을 망치게 한다”고 맹공을 퍼붓는 등 공격 수위를 높이는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여기에다 의보 개혁법 위헌 판결을 대법원으로 끌고가 내년 대선전의 이슈로 삼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5일 시애틀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좌절하고 있어 내년 대선은 정말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며 “힘든 싸움인 만큼 나 또한 결심을 굳게 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도 선거를 앞둔 그의 비장함이 엿보인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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