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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중산층도 살기 어려워” “등록금 마련 위해 4년 휴학”

등록 2011-10-04 21:00수정 2011-10-04 22:23

주코티 공원 현장 인터뷰
“우리집 돈버는 사람 없어 나도 대학에 가고 싶다”
(고졸 18살 제이크 로렌호프)
‘월가를 점령’한 시위 군중 대부분은 20대 젊은이들이다.

주코티 공원, 다른 이름으로 리버티 공원에 머무는 이 젊은이들 속에 군데군데 중년들도 조금씩 보인다. 브루클린에 사는 에릭 셀리건(65)은 전직 컴퓨터 그래픽디자이너로 2008년 은퇴했다. 두 아들은 대학교수다. ‘당신은 여기 왜 왔느냐’는 물음에 “나는 원래 반골”이라며 “나는 자동차도 있고, 먹고사는 데 지장도 없고, 휴가도 가고, 자식들도 아무 문제 없다. 그러나 이 공원에 있는 내 자식 같은 이들이 겪는 아픔이 안타까워 함께 동참하고자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1주일째다. 대화 도중 그의 아내에게서 “괜찮냐? 춥지 않냐? 아픈 데는 없냐? 약은 빼먹지 않고 있냐?” 등 걱정 어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우릴 향해 ‘목적이 뭐냐?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 하는데, 우리가 이 리버티 공원에 머무는 것 자체가 행동하는 것이고, 그것이 진정한 세상, 진짜 민주주의를 이뤄나가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올해부터 연금이 월 800달러에서 700달러로 줄었다. 메디케어(65살 이상 노년층 공공의료) 비용으로 연간 1200달러를 내야 한다. 이게 무슨 메디케어냐? 예전에는 무료였다”며 “빈곤층과 실업자뿐 아니라, 중산층도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1% 부자들만의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혹 1960년대에 반전시위를 하진 않았느냐’고 묻자, “베트남 징병을 거부해 1971년에 1년간 옥살이를 한 적이 있다”며 껄껄 웃었다.

프리랜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대학생이라는 빌리 루이스(24)는 “집이 가난해 대학을 다니다 휴학하고 돈 버는 것을 반복하느라, 입학한 지 6년이 지났는데 아직 2학년”이라며 “우리가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사회는 민간과 공공 섹터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현재 미국 사회는 민간 섹터가 지나치게 비대해 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같은 빈부 격차와 실직사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뉴저지에 사는 제이크 로렌호프(18)는 자신을 ‘무직자’로 표현했다. 그는 “아버지가 가구점을 하다 망했다. 우리 집은 오랫동안 아무도 돈을 버는 사람이 없었다. 누나가 지난해 대학에 진학했는데, 1년에 2000달러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나도 대학을 무척 가고 싶다. 돈이 없어 4년제 대학이 아닌,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가려 했는데, 그래도 역시 상당한 규모의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대학을 가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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