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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99%의 분노’는 시민혁명과 저항문화 중간지대

등록 2011-10-05 20:43수정 2011-10-06 15:31

‘미국의 가을’ vs ‘2011 우드스탁’
‘아랍의 봄’과는 달리
강렬한 분노 표출하면서 문화제 성격도 함께 지녀
“지금 여기 있는 것이 혁명” “목소리 내면 점점 바뀔 것”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18일째인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리버티 플라자 공원(옛 주코티 공원)은 전날과 같은 풍경을 그려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물품 기부를 받고, 현장 상황을 인터넷에 퍼올리고, 그 사이사이 토론이, 노래와 춤이 함께했다. 낮에는 부모를 따라온 어린아이들이 시위대 틈에 끼어 놀았고, 공원 주변을 둘러싼 경찰들은 시위대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미국의 가을’인가, ‘월가의 우드스탁’인가?

3주째 접어들어서도 잦아들기는커녕 확산되는 시위 양상 앞에서 미국에선 이번 시위의 성격과 전망을 규정하려는 분석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교수 등 많은 이들은 지난봄 아랍을 휩쓴 민주주의 혁명(아랍의 봄)에 빗대, 이 시위를 ‘미국의 가을’이라 부른다. ‘99%와 1%’로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 ‘변화’에 대한 요구,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결합’ 등이 닮았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벌어지는 시위는 리버티 플라자의 풍경처럼 훨씬 평온하고, 비폭력적이다. 달리 보면, 긴박감이나 절실함이 떨어지는 듯하다. ‘독재 타도’라는 분명한 목표를 지녔던 ‘아랍의 봄’과 달리, ‘미국의 가을’은 금융자본의 폐해를 비판하되, 어디로 나아갈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호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젊은이들의 음악축제였던 1969년 우드스탁에 이를 비유해, ‘월가의 우드스탁’으로 성격 규정을 하기도 한다. 우드스탁 축제가 당시 즉각적인 사회변화를 불러오진 않았지만, 그 자유와 저항의 정신이 세대를 통해 퍼져나가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에 비유한 것이다. 칼럼니스트인 릭 에커먼은 “우드스탁과 많은 면에서 비슷하나, (미국이 풍요를 누렸던) 60년대와 지금은 환경이 판이하다”며 “앞으로 이 운동이 지속된다면, 평화와 이상을 노래하던 우드스탁에 비해 좀더 현실적이고 좀더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작, 리버티 플라자의 시위대들은 자신들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썩 반기지는 않는다.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였으나, 일감이 없어 두달 전부터 1주일에 두번 바텐더로 일한다는 에릭 깁스(39)는 “초점은 ‘사람’”이라며 “이곳엔 무정부주의자, 사회주의자 등이 뒤섞여 있고, 지향점도 다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부패와 정경유착을 끊어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 공통점을 찾아 조금씩 움직일 뿐이다. 공식적인 목적도, 이루고자 하는 이데올로기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첫 목표는 그저 두달간 지속하는 것이었다. 그 정도만 되더라도 우리가 말하려는 바를 알릴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3주 만에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뉴욕에서 보조교사로 일하는 로니 누네즈(24)는 “저항(protest)이라기보단, 운동(movement)에 더 가깝다”며 “‘아랍의 봄’처럼 당장 월가가 바뀌진 않겠지만, 월가의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거대한 흐름이 된다면, 결국 세상은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들 중에는 ‘혁명’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섞여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격렬한 청년시위 한복판에 있다가 ‘월가’ 시위 계획을 듣고 자신의 스페인 시위 경험을 전하고자 미국에 왔다는 모니카 로페스(24)는 “우리가 지금 여기에 머물고 있는 자체가 혁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수전 올자크 스탠퍼드대 교수(사회학)는 4일 <시엔엔>(CNN)을 통해 월가 시위를 ‘진보적 경제 포퓰리즘’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회적 저항운동의 성격을 초기에 규정하는 건 어렵다”며 “조금 더 운동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건, 지금도 리버티 플라자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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