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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포크송의 전설, 월가시위 ‘승리’를 노래하다

등록 2011-10-23 19:44

포크음악 창시자 피트 시거, 뉴욕 시위현장 응원나서
92살 고령으로 콜럼버스광장까지 거리행진 참여도
쌀쌀해진 미국 뉴욕의 밤공기를 뚫고 92살의 가수가 느릿느릿 부축을 받으며 나타나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월가 점령’ 시위를 응원하기 위해 나선 ‘미국 포크송의 전설’, 가수 피트 시거였다.

21일 밤 11시께(현지시각) 시거는 빨간 털모자에 두 개의 지팡이를 짚고서 맨해튼의 공연장인 심포니 스페이스에서 출발해 시위대 1000여명과 함께 콜럼버스 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날은 포크 가수 등 음악인들이 시위대를 응원하기 위해 심야 노천 음악회를 준비한 날이었다. 시위대는 1960년대 조앤 바에즈의 노래로 더욱 유명해진 시거의 노래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를 함께 부르며 나아갔다.

현대 포크음악의 창시자이자, 인권가요의 대부인 시거는 1938년 하버드대를 중퇴한 뒤, 민요와 노동자의 삶이 담긴 옛노래들을 채집해 이를 바탕으로 포크송을 만들어 미국 각 대학과 노동조합들을 다니며 ‘꽃들은 모두 어디에 갔나’ 등 반전평화를 노래했다. 1940년대 스페인 내전 당시부터 활동했던 시거는 60년대 베트남전 반대에서부터 최근 이라크전 반대에 이르기까지 평화, 인권, 평등, 민주주의를 향한 장소에는 어디든 달려갔다. 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이 불었을 때는 방송 출연이 금지됐고, 60년대 이후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평생을 굴하지 않고 평화와 인권을 노래했다.

그는 60년대 조앤 바에즈, 밥 딜런, 피터 폴 앤 메리 등 미국의 포크송 가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쳐 ‘저항 가요’(protest song)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는 한대수, 김민기, 서유석, 양희은 등 70년대 한국 포크송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가스펠송에서 따온 그의 노래 ‘우리 승리하리라’는 70~80년대 대학가 시위 현장에서 자주 불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72년 김민기가 서울대 신입생 환영회 때 번안해 처음 불렀는데, 이후 대학가로 퍼졌다.

시거는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는데, 당시 국군과 인민군이 모두 ‘아리랑’을 부르는 것을 보고 1957년 직접 아리랑을 불러 음반으로 냈다. 그는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분단돼 있지만, 남과 북에서 아리랑을 부르는 한 분단국가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시거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당시,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함께 ‘이 땅은 너의 땅’(This land is your land)이라는 자신의 노래를 피날레에서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이날 ‘월가 점령’ 시위 현장에서도 피날레를 장식했다. 콜럼버스 광장에서 시거를 포함한 음악인들과 시위대들은 기타, 하모니카, 바이올린, 플루트, 밴조 등을 연주하며 밤늦게까지 1960년대의 노래를 불렀고, 시거가 마틴 루서 킹에게 전했던 이 노래를 합창했다. 리버티 플라자(주코티) 공원에서 5주째 ‘월가 점령’ 시위를 이어가는 시위대들은 날이 추워지면서 질병에 시달리고 인원수도 줄어들고 있지만, 이날 거리엔 ‘우리 승리하리라’가 울려 퍼졌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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