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최근 지지율
‘흑인·보수파’ 본선 경쟁력 부각…25%로 1위
미국 공화당의 흑인 대선주자 허먼 케인(66)의 치솟는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뉴욕 타임스>와 <시비에스>(CBS) 방송이 25일 발표한 공화당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갓파더스 피자’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케인을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25%로 가장 많았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2위(21%)였다. 지난달 16일 같은 조사에서 5위(5%)에 그쳤던 그가 한 달 만에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의 조사에선 지금 선거가 열린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43% 지지를 얻어 오바마(41%)를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남부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케인은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다. 아버지가 운전기사로 일했던 코카콜라에서 임원이 됐고, 파산 직전이었던 갓파더스 피자에 최고경영자로 취임해 회사를 살려냈다. 2006년 암 선고를 받았지만 투병 끝에 이겨냈다. 경제 위기에 시달리는데다 ‘반 워싱턴’ 정서가 팽배한 유권자들 사이에서 그의 뛰어난 경영 능력과 전무한 정치 경험이 점차 알려지며 상승세가 무서워졌다.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할 정도의 뛰어난 언변과 유머 감각, 친화력도 무기다.
그는 흑인이지만, 골수 공화당원 뺨칠 정도로 보수적이다. 공약에선 강한 군대, 세금 인하, 규제 완화, 이스라엘 적극 지원, 총기소지 권리 등을 강조하고 “성경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도 자주 한다. 월가 시위대를 향해선 “자신이 실패했다고 성공한 사람을 비난해선 안 된다”며 독설을 퍼붓고, 반이민 정책을 위해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에 전기를 흘려보내자는 의견을 제시할 정도다.
공화당 후보로선 약점으로 보이는 흑인이란 점이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과 본선을 치러야 하는 지금의 구도에선 장점으로 부각된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본선에서 오바마에게 향했던 흑인표를 상당 부분 가져올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흑인보다 백인 공화당 지지층을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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