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클랜드 강경진압에 ‘점령시위’ 새 국면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가 당국의 강경진압 움직임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1000여명이 모여 전날 경찰의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전날 경찰은 시청 앞 광장에서 농성중인 시위대 수백명에게 최루탄 등을 쏘며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등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 일원인 전직 이라크 파병군인인 스캇 올센(24)은 머리가 깨지는 중상을 입었다. 시위대는 올센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대는 전날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85명이 체포되고 현장에서 쫓겨났지만, 다음날 1000여명이 현장으로 돌아와 다시 시청 앞 광장을 차지했다. 이런 오클랜드 강제진압 동영상이 트위터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응원 메시지가 계속 올라오고, 뉴욕 시위대는 오클랜드 시위대에 2만달러의 성금과 텐트 100개를 보내기도 했다.
애틀랜타시 당국도 전날 시위대에게 우드러프 공원을 떠날 것을 요구한 뒤 강제진압에 나서 50여명을 연행했고 로스앤젤레스시 당국도 시청 앞 시위대에 진압을 경고하는 등 각 도시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시위대에 대한 시 당국의 퇴거 명령이 내려지는 주요한 이유는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시위대가 머물고 있는 곳의 환경이 오염돼 쥐, 전염병 등의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에 부랑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시위대 성격이 모호해지고 있는 점은 내부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오클랜드 시위대에 참가했던 모모 알레모투아(19·학생)는 <뉴욕타임스>에 “경찰에 돌을 던지고,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은 ‘99%’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선 시위대에 섞여있는 남녀가 헤로인을 팔다 경찰에 체포됐다.
한편, 리버티 플라자(주코티) 공원에 모여있는 ‘월가 점령’ 시위대는 겨울을 지낼 실내거처를 찾고 있어 시위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엔비시>(CN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필요 재원은 그동안 모인 30만달러의 기부금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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