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채프먼
일거수일투족 몇년간 추적…몰래카메라 공개
지난해 맞교환돼 러시아 귀국 뒤 최고훈장 받아
지난해 맞교환돼 러시아 귀국 뒤 최고훈장 받아
지난해 미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안나 채프먼 등 러시아 스파이들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몇 년 전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추적당했던 사실이 31일 확인됐다.
연방수사국은 <에이피>(AP) 통신이 정보자유법에 따라 관련 자료를 요청하자, ‘유령 이야기’라는 작전명으로 이들의 활동을 담은 영상, 테이프, 사진 등을 이날 공개했다. 연방수사국은 당시 이들 스파이 10여명을 체포하기 전 거리와 백화점, 커피숍 등에서 이들을 감시 카메라로 지켜봤다. 이 영상은 채프먼이 백화점에서 레깅스를 사고 모자를 써 보는 모습, 또 바깥에서 러시아 외교관이 그를 기다리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채프먼은 몇 달 뒤인 2010년 6월 러시아 조직원으로 위장한 연방수사국 요원을 뉴욕 커피숍에서 만나면서 체포됐다.
연방수사국은 10년간 이들을 감시한 결과, 산책을 하고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졸업식에 참가하는 등 평범한 생활을 위장해 암호화된 메시지와 활동자금 등을 전달받았다고 분석했다. 연방수사국에 의해 체포되지 않았다면, 이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등 미국 중산층 삶으로 들어가 ‘고정간첩’으로 활동하면서 금융권과 테크놀로지, 정부 분야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들은 그해 7월, 러시아가 서방의 스파이라고 주장한 4명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맞교환돼 본국으로 송환됐다. 송환 뒤 이들은 러시아 최고훈장을 수여받았으며, 미녀 스파이로 이목을 끌었던 채프먼은 러시아 텔레비전 방송국의 쇼 프로그램 진행자 및 남성잡지의 표지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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