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아동 성폭행 묵인해 해임
펜실베니아 주민·학생 크게 반발
펜실베니아 주민·학생 크게 반발
지난 9일 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조 퍼터노 미식축구팀 감독과 그레이엄 스패니어 총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학 미식축구팀 제리 샌더스키 코치의 아동 성폭행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날 밤 이 소식을 들은 펜실베이니아주 유니버시티파크의 학생과 지역 주민 수천명이 도심으로 몰려나왔다. 절대다수는 총장 스패니어가 아니라, 감독 퍼터노가 해고된 데 대해 분노해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조는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조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시위를 벌였다.
어떤 이들은 자동차 위로 올라가 지붕을 찌그러뜨렸고, 어떤 이들은 가로등을 넘어뜨렸다. 어떤 이들은 경찰에게 돌과 불꽃화약을 던졌다. 이들보다 덜 흥분한 사람들은 대학 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퍼터노의 집 앞에 모여 조용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밤 퍼터노는 성명을 발표했다. “나는 대학 이사회의 결정에 실망했습니다. 그러나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 팀의 한 부분이었던 모든 선수들과 코치들, 직원들에게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퍼터노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예정이었다. 이미 84살이기 때문이다. 1949년에 코치가 된 뒤 62년 동안 그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미식축구팀의 전설이었다. 1966년 감독에 오른 뒤에는 45년 동안 409승을 거뒀다. 대학 미식축구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400승 이상 거둔 감독도 그가 유일하다. 이를 기념해 유니버시티파크의 비버 미식축구 경기장 밖에는 그의 상도 세웠다.
그러나 이제 전설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불가능해졌다. 그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샌더스키 코치가 불우 청소년들을 돕는다며 자신이 세운 자선단체에서 만난 소년들을 꾀어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샌더스키는 1994~2009년 사이 8건의 아동 성폭력 사건으로 구속됐다. 2002년 샌더스키의 10살 소년 성폭행 사건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점이 퍼터노의 결정적인 해임 사유가 됐다. 그는 대학 체육 책임자에게 보고했다고 항변했으나, 결국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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