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압 동영상 확산
대학 경찰서장 직위해제
총장은 학생에 공식사과
대학 경찰서장 직위해제
총장은 학생에 공식사과
평화시위를 벌이며 연좌농성을 하던 학생들의 얼굴에 살충제를 뿌리듯 최루액을 뿌린 경찰의 행동에 미국인들이 잔뜩 화가 났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는 21일(현지시각) 대학 경찰서장 애넷 스피쿠자를 직위해제하고, 최루액을 뿌린 경찰관 2명도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학생과 교수들에게 사퇴 압력을 받아온 린다 카테히 유시 데이비스 총장은 이날 1000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공식 사과했다. 카테히 총장은 이어 검찰에 경찰관들의 공권력 남용 여부를 수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야유를 보내며 “사임하라”고 소리치는 등 총장에 대한 불만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 18일 유시 데이비스 대학 경찰은 ‘월가 점령’ 지지 시위를 벌이며 텐트 철거에 맞서 스크럼을 짜고 연좌농성을 벌이던 학생들의 얼굴에 최루액을 살포했다.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퍼져 과잉진압 논란이 이는 등 전국적 관심사가 됐다. 유시 데이비스의 인터넷 누리집에는 곳곳으로부터 항의가 빗발쳐 서버가 다운됐으며, 페이스북에서는 텐트와 피자를 전달하기 위한 모금 운동이 벌어졌다. 경찰이 최루액 살포 이유로 “위협적인 학생들에게 경찰이 포위당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자, 학생들은 관련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그런 사실이 없음을 증명하면서 경찰 주장을 반박했다. 또 많은 유시 데이비스 졸업생들은 학교에 대한 기부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사회가 이번 사건에 이처럼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빈부 격차에 항의하는 월가 점령 시위에 대한 지지와 함께 최근 이어진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폭력 평화 시위자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성이 동영상을 통해 낱낱이 드러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카테히 총장이 사건 다음날, 경찰 행동이 “부적절하다”고만 했다가, 이틀 뒤인 이날 공식사과를 하게 된 것도 사안이 심상치 않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10개 캘리포니아 주립대(UC)를 총괄하는 유시 본부도 이번 사건에 우려를 표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마크 유도프 유시 총괄총장은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대학의 유전자이며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핵심적 가치”라며 “조만간 10개 대학 총장들을 소집해 ‘대학 내 비폭력 시위에 대한 공권력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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