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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99%의 정신은 철거될 수 없다”

등록 2011-12-01 18:07수정 2011-12-01 20:39

점령 시위, 73일만에 종료
‘불공정 사회 공감대’ 기여
금융자본의 탐욕에 맞서 거리로 나온 월가 점령 시위대가 사실상 모두 해산됐다. 하지만 이들이 외친 “우리는 99%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는 시대를 지배하는 언어로 자리잡게 됐다.

지난 30일 <에이피>(AP) 통신 등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필라델피아의 월가 점령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고 전했다. 해산 과정에서 250여명이 체포됐으나 극심한 충돌은 없었다. 지난 15일 반월가 시위의 출발점이었던 뉴욕 맨해튼 리버티플라자(주코티) 공원의 점령캠프가 강제 철거됐고, 이후 오클랜드·솔트레이크시티·덴버·포틀랜드 등에서도 시위 거점들이 순차적으로 해산됐다. 이로써 지난 9월17일 시위가 시작된 지 73일 만에 물리적 점령 운동은 사실상 와해된 셈이다.

하지만 월가 점령 시위대가 대중의 뇌리에 심은 언어와 시대 인식은 쉽사리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시위대의 주요 거점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이들은 시대의 언어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독립혁명이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말을, 흑인 인권운동이 “우리 승리하리라”라는 노래를, 베트남 철군을 요구한 반전운동이 “지금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라”는 구호를 남겼던 것처럼, ‘99%’와 ‘점령’이라는 말은 곳곳에서 일상 언어로 등장하고 있다.

음악앨범 표지에는 ‘99%를 위한 사운드트랙’이라는 홍보 문구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모임 약속을 알리면서 ‘1%를 위한 파티에 초대한다’고 농담을 한다. 또 미국 <시비에스>(CBS) 라디오 방송은 시청자를 잡기 위해 “당신의 소파를 점령하세요”라는 프로그램 중간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언어들이 미국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데 대한 보편적 공감대를 만들어냈고, 이는 ‘점령 운동’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점령 시위대는 “전술과 방법이 바뀐 것일 뿐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들이 겨울을 지낸 뒤 내년 봄 다시 집결하거나 내년 여름 민주당 전당대회에 즈음해 대규모 집회의 불씨로 되살아나 정치적 폭발력을 키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시위대 캠프가 철거된 직후, 시위 참여자들은 온라인상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들이 우리의 정신까지 철거할 수는 없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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