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검문중이던 경찰, 백인 남성에 총격당해 사망
특공대 출동해 캠퍼스 봉쇄…용의자 숨진 채 발견
특공대 출동해 캠퍼스 봉쇄…용의자 숨진 채 발견
“탕.”
지난 8일 낮 12시15분 한 발의 총성이 평화롭던 미국 버지니아공대 캠퍼스를 악몽으로 몰아넣었다. 2007년 4월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씨의 무차별 총격으로 조씨를 포함해 33명이 숨진 지 4년여 만에 발생한 총격 사건이었다. 미 <뉴욕 타임스> 등은 이날 주차장 인근에서 차량을 검문하던 캠퍼스 경찰관한테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백인 남자가 총격을 가해 경찰관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회색 트레이닝복 바지에 밤색 후드 티셔츠를 입고 배낭을 메고 있었으며, 총격 직후 다른 주차장 쪽으로 달아났다. 당시 범행 장면은 숨진 경찰관의 차량에 설치돼 있던 카메라에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주 경찰당국은 “멀지 않은 주차장에서 용의자로 보이는 백인 남자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그가 범인이라고 믿을 만한 옷가지와 총기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범행 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숨진 경찰관과 용의자는 같은 총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학 학생과 직원들은 이날 4시간 가까이 악몽 같은 오후를 보내야 했다. 총격 직후인 낮 12시36분 캠퍼스 전역에는 사건을 알리며 사고가 난 주차장 인근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 방송이 울려퍼졌다. “건물 안에 머물고, 문을 잠그고 있으라”는 권고가 이어졌다. 경고 방송은 12시47분에 용의자 인상착의와 범인이 달아난 방향을 알렸고, 1시11분에는 경찰관이 총에 맞았다고 전했다. 사건 직후 캠퍼스는 완전히 봉쇄됐으며 중무장한 경찰특공대 등이 대거 출동해 학교 안팎을 에워쌌다. 1학년 학생 해나 노워크는 “경찰특공대가 문 앞에서 우리를 불렀다”며 “우리는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입구로 나가서 수색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오후 4시31분에야 “정상 활동으로 돌아가라”는 알림 방송이 나왔고, 수천명의 학생과 직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 버지니아공대 당국자들은 이날 마침 2007년 총기 참사 때 경고 방송 지연으로 피해를 키운 데 대해 교육당국이 5만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자 이의를 제기하러 워싱턴으로 몰려갔다가, 총격 사건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돌아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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