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두 건의 총기난사 저지르고
국립공원서 얼어붙은 주검으로 발견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자살충동 겪어”
미국사회 ‘이라크전이 남긴 숙제’ 직면
국립공원서 얼어붙은 주검으로 발견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자살충동 겪어”
미국사회 ‘이라크전이 남긴 숙제’ 직면
새해 첫날 일어난 2건의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받아온 이라크전 참전 병사가 2일 미국 워싱턴주 레이니어산 국립공원에서 얼어붙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연말 이라크 완전 철군이라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환호성이 채 가시기도 전, 미국 사회는 또다시 참전 병사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무거운 숙제를 직시하게 됐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은 지난 1일 레이니어산 국립공원 여성 순찰대원 마거릿 앤더슨(34)에게 총기를 난사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용의자 벤저민 콜턴 반스(24)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3일 보도했다. 반스는 앤더슨에게 총격을 가하기 전 새벽 시애틀 인근 스카이웨이의 한 신년파티에서도 총을 난사한 혐의도 받고 있었다. 이 총격으로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모두 4명이 다쳤다.
<시애틀 타임스>는 반스가 이라크 주둔 신속기동여단에서 일병으로 복무하던 2009년 가을 음주운전과 불법 무기 보유 혐의로 강제전역했다고 전했다. 또 <에이피> 등은 그가 이라크전에 참전한 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어왔다고 보도했다. 특히 반스의 아내는 수사 관계자에게 “반스는 이라크전 참전 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함께 자살충동에 시달렸다”며 “죽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또 사건 전에 법원에 제출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서에서 “그가 쉽게 짜증내고, 화내고, 우울해지며, 집에 상당량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어린 딸의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고 적기도 했다.
이런 정신적인 난관에 봉착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새해 첫날 오전 3시께 시애틀 인근에서 20대들의 신년파티에 참석하던 중 말다툼을 벌이다 쫓겨났다. 그러곤 다시 돌아와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또 반스가 도주를 위해 레이니어산 국립공원으로 가다가 월동장비를 확인하려고 차를 세운 순찰대원 앤더슨에게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반스가 타고 있던 차량에서는 각종 총기와 군용장비들이 발견됐다.
사고 직후 연방수사국과 경찰 등 200여명은 국립공원을 폐쇄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킨 채 항공기 열추적감지기까지 동원해 24시간 수색에 나섰다. 반스는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가슴 높이까지 눈이 쌓인 레이니어산에서 시냇가에 얼굴을 파묻은 채 동사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는 별다른 월동장비 없이 간단한 티셔츠와 청바지, 테니스화 차림이었는데, 목에는 ‘자신감, 질투, 탐닉, 욕망’이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지난해 10월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미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중 37%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참전 군인들의 범죄율과 이혼율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지난해 재정감축을 이유로 참전군인에 대한 복지혜택을 줄이기로 결정해 반발을 샀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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