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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천상의 목소리 할퀸 폭력·마약… ‘비극의 디바’ 전설이 되다

등록 2012-02-12 19:09수정 2012-02-12 23:00

휘트니 휴스턴
휘트니 휴스턴
휘트니 휴스턴(1963-2012)
음반판매 1억7천만장…
불행한 결혼생활로 추락
그래미 시상식 전날 숨져
“위대한 목소리” 추모물결
1992년 주제가인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가 담긴 영화 <보디가드>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4200만장이 팔렸다.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는 당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4주간 1위를 차지해 그때까지 역대 최장기간 1위 기록을 세웠다. 앨범 차트에서는 20주간 1위를 기록했다. 휘트니 휴스턴의 절창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로부터 20년 뒤인 11일(현지시각),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48)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버리 힐스의 베버리힐튼 호텔에서 오후 3시55분께 세상을 떠났다. 휴스턴이 가장 애착을 가졌던 그래미 시상식이 열리기 하루 전날이었다. 그는 이날 그래미 갈라쇼에 참석해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휴스턴의 마지막 모습은 지난 9일 리허설 자리였다. 그러나 휴스턴은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차림이 흐트러진 채 나타났으며, 입에서는 담배와 술 냄새가 풍겼다고 전해진다. 그의 사망 원인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 경찰이 그의 사망원인을 조사중이다.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이렇게 갈 줄은 아무도 몰랐다. 누적 음반판매량 1억7000만장, 그래미상 6회, 빌보드 뮤직어워드 16회,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22회 등 총 415번의 상을 받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여가수로 기네스북에 오른 휴스턴이다. 그는 흑인 특유의 솔이 가득하면서도 힘이 넘치고, 폭발적인 성량을 지녔으면서도 이를 절묘하게 조절하는 완벽한 테크닉, 정교한 감정처리, 천상의 보컬로 1980~90년대 팝계를 장악했다. 90년대에 뒤이어 나타난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 등과 함께 ‘3대 디바’로 불렸으나, 가창력과 인기 등 모든 면에서 한 수 위로 평가받았었다. 1990년대 머라이어 캐리가 등장했을 때도 “휘트니 휴스턴을 따라 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유명 가스펠 가수인 씨씨 휴스턴의 딸로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이 그녀의 대모였다. 휴스턴은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하기 시작해 10대 때 이미 저메인 잭슨 등 유명가수의 코러스로 활동했다. 그러다 19살 때 한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다 유명 음반제작자인 클라이브 데이비스의 눈에 띄어 가수로 데뷔했다. 데이비스는 휴스턴을 처음 본 순간에 대해 “노래하는 걸 처음 봤는데, 어린 소녀가 노래에 불을 뿜어내고 있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1985년 데뷔 음반 ‘휘트니 휴스턴’은 전세계에서 2300만장이 팔렸다. 역대 여성가수의 솔로 데뷔 앨범 중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다. 그는 데뷔앨범에서 4곡, 87년 두번째 앨범에서 3곡 등 모두 7곡을 연속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92년 영화 <보디가드>까지 계속되는 히트 행진 등 슬럼프도 끼어들지 못하는 그의 가창력 앞에 그의 목소리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또 에이즈와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전세계 어린이들을 구호하기 위한 ‘어린이재단’에 무보수 자원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둔 깊은 소울의 울림에 팝뮤직의 부드러움과 완벽한 보컬이 더해져, 웅장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갖고 있던 그의 노래는 흑인들보다 오히려 백인들이 더 좋아했다. 또 섹스어필한 외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절대로 흐트러지지 않고 절제된 단아한 모습을 보여줬던 당시의 휴스턴은 ‘완벽한 여인’, ‘천상의 천사’, ‘순수한 공주’ 등의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소비됐다.

 그러나 당시 휴스턴은 흑인들로부터는 “백인음악을 한다”는 등의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이에 휴스턴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나더러 흑인답지 않다. 왜 (흑인음악인) 아르앤비가 아닌 팝을 하느냐? 백인들이 나를 흑인들에게서 뺏어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나는 나일뿐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1992년 악동 이미지가 강한 가수 바비 브라운과 결혼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도, 당시 브라운이 그래미에서 ‘아르앤비 싱어’상을 받을 정도로 정통 아르앤비 가수였다는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브라운과의 결혼은 휴스턴에게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 대중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휴스턴은 당시 “이미지는 그 사람의 일부일 뿐”이라며 “나도 늘 금빛 장식된 옷을 입고 다니는 건 아니고, 나는 천사도 아니다. 나도 좌절할 수 있고, 천박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결혼생활은 삐걱거렸다. 브라운은 2003년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등 6번이나 경찰서를 들락거렸고, 휴스턴은 술과 마약에 빠져들었다. 휴스턴은 빌보드 싱글차트에 11개의 1위곡을 기록했으나, 92년 이후에는 단 한 곡만이 1위에 올랐을 뿐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채 재활시설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완벽에 가까웠던 그의 목소리는 거친 쇳소리가 날 정도로 상했고, 고음을 내지 못해 자신의 노래를 제 음역으로 부르지 못했다. 2007년 브라운과 이혼한 뒤, 제작자 데이비스와 다시 손잡고 2009년 새 음반 <아이 룩 투 유>를 냈지만, 이후에도 마약을 완전히 끊지 못해 완벽한 재기에는 실패했다. 더욱이 2010년 2월 한국을 시작으로 10년만에 야심차게 재개한 월드 투어는 날개잃은 천사의 추락을 더욱 확인시켜줬다. 그의 노래는 더 이상 예전의 ‘휘트니 휴스턴’이 아니었던 것이다. 너무도 실망한 일부 관객은 공연 도중 자리를 뜰 정도였다. 최근에는 지인들에게 단 100달러를 빌려 생활할 정도로 빈곤한 상태라는 말이 나와 파산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휴스턴의 창법은 많은 후배 가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팝의 교본’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비욘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앨리샤 키스 등 이후 팝 무대를 주름잡은 대표적인 여가수들도 휴스턴의 영향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그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뒤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 등에는 동료 팝가수들과 팬들이 올린 추모의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90년대 휴스턴의 라이벌이었던 머라이어 캐리는 자신의 트위터 대문 사진을 휴스턴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바꾸고 “그가 세상을 은혜롭게 해준 가장 위대한 목소리를 지닌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또 하나의 전설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캐나다 출신 아이돌 가수 저스틴 비버는 트위터에 “믿을 수가 없다. 최고의 목소리를 가진 한 사람이 막 사라졌다”고 슬퍼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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