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작전사령관 등 5명
재판관 질문에 묵비권 일관
재판관 질문에 묵비권 일관
9·11 테러의 주범으로 알려진 알카에다의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5명에 대한 군사재판이 5일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특별군사법정에서 재개됐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4년여 만에 다시 열린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지연 전략을 펴 공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군 검찰은 이날 피고인들에 대해 살인, 납치, 테러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공판은 7시간여 동안 진행됐으나 피고인들은 사실상 공판 진행을 거부했다. 먼저 피고인에게 기소사실에 대한 유죄 또는 무죄의 답변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들은 이 절차를 모두 거부했다. 피고인들은 재판관의 질문에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다.
또 시종일관 공판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피고인들은 영어로 진행되는 재판을 동시통역해 주는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아 애초부터 재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한 피고인은 기도를 하겠다며 갑자기 일어선 뒤 무릎을 꿇고는 다시 일어서는 이슬람 종교의식을 반복하기도 했다. 그는 “카다피 시대는 끝났으나 당신 진영에는 카다피가 있다. 우리들을 죽이고는 우리가 자살을 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또 무릎까지 올라온 스커트를 입은 군 검찰 쪽 여성 직원들의 복장을 문제삼기도 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고문과 불공정한 재판 절차 등에 항의하기 위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003년 붙잡혀 미 중앙정보국(CIA) 국외 감옥에 투옥됐다가 2006년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송됐는데, 특히 모하메드는 붙잡힌 직후 1달 동안 183차례의 물고문을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또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피고인들과 변호인의 서한이 검열당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군 검찰 쪽은 이번 재판에 기자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을 초청하고, 재판 과정을 40초 늦게 방송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과거 논란이 됐던 물 고문 등을 통해 획득한 증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들은 고문 관련 심문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재판이 신뢰를 얻으려면 피고인들이 고문을 어떻게 당했는지 공개적으로 발언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재판 절차는 애초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8년 6월 시작됐으나,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뉴욕의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여론의 악화와 의회의 반대로 오바마 행정부의 제안이 거부되자 미 법무부는 지난해 이 사건을 다시 군사법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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