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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의회, 보수적 법안 대거 통과

등록 2005-07-31 20:38수정 2005-07-31 20:39

상원, 에너지법·무기 합법거래 보호법 등 승인
기업이익 철저 대변…애국법 핵심조항도 연장
미 의회가 하한기 휴회에 들어가기 직전, 미국 사회의 기득권층을 보호하고 보수화를 강화하는 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미 상원은 회기 마지막날인 29일 수년간 논란을 빚어온 에너지법을 비롯해, 무기 합법거래 보호법, 애국법 연장안을 전격 표결 처리했다. 앞서 28일 하원도 에너지법안을 승인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강력히 추진해온 에너지법안은 하원(275 대 156)에 이어 상원에서도 압도적 차이(76 대 24)로 승인을 받았다. 에너지 법안은 △에너지기업에 대한 145억달러 세금 감면 △2012년까지 에탄올 등 휘발유 첨가제 75억갤런으로 확대 △원자력발전소 건설 장려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입과 주택 단열 시공 때 세액 공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업체들이 의원들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등 강력한 로비를 펼친 결과 투자액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거두는 대박을 터뜨렸다고 평했고,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은 “부시 행정부와 기업이 밀실에서 만나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공해 에너지 산업에 퍼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너지법안의 통과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교토의정서와는 별도로, 미국 정부가 다양한 에너지원 개발을 앞세운 새 온실가스 관련 협약을 추진하고 있는 움직임과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총기 생산업체나 판매자, 수입업자들에게 총기사고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금지하는 ‘무기 합법거래 보호법안’도 65 대 31로 이날 상원을 통과했다.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영향력이 미국내에서 가장 강한 로비단체로 평가받는 전미총기협회(NRA)의 이해를 반영한 이 법안을 지지해 왔다. 하원도 8월 휴회가 끝난 뒤 이 법안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기협회는 지난해 법안을 상정하려던 일정을 바꿔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올해 법안을 상정했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항을 수정하려던 법안 반대론자들의 시도조차 대부분 봉쇄당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법의 단 한가지 목적은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가 총기협회의 특별 이해관계를 보호하려는 것이다”라고 맹비난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정부의 추적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돼 올해로 만료되는 ‘애국법’의 핵심 조항을 무기한 연장하는 법안도 지난달 초 하원 통과에 이어 이날 상원에서 반대없이 통과됐다. 다만 상원은 시민단체들이 비판해온 도서관과 의료 기록 수사 권한, 이동 도청 권한을 허용하는 연장 시한을 10년(하원)에서 4년으로 줄였다.

미 정가에서는 의회가 친기업적이거나 인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한꺼번에 무더기로 통과시킨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기업들의 로비가 그만큼 치열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하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해 저항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식한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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