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농민 탄압 목격뒤 변신
재임중 쿠데타·소환투표 겪어
올초 암 재발해 종양제거 수술
재임중 쿠데타·소환투표 겪어
올초 암 재발해 종양제거 수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올해 2월 쿠바에서 골반 부근 암에 대한 재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쿠바에서 야구공 크기의 종양 덩어리를 제거한 뒤 암이 재발한 것이다. 그는 재발한 작은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그 뒤 한달만에 또다시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쿠바로 가기도 했다. 이런 그가 과연 6년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1954년 베네수엘라 남서부 사바테나의 인근 마을에서 가난한 초등학교 교사 부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차베스는 ‘야구를 하고 싶어서’ 17살에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소위로 임관한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것은 1977년 이른바 ‘붉은깃발당’이라는 마르크스주의 게릴라를 소탕하는 작전에 투입되면서부터다. 그는 무고한 농민을 게릴라로 몰아 고문한 뒤 처형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군대가 ‘독재의 도구’로 쓰이는 현실에 깊이 절망했다.
그는 정훈장교에 자원해 군대 내에서 동조자들을 모아 반체제 단체인 ‘볼리바르 혁명운동’(MBR-200)을 만들고, 1992년 2월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결국 실패했다. 당시 차베스를 따르던 베네수엘라군의 규모는 전군의 1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가 정부와 교섭을 벌이고 국영텔레비전에 중계된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기회는 반드시 생겨날 것이며, 우리나라는 반드시 더 나은 미래로 가야 한다”고 일갈하며 반체제 운동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2년간의 감옥 생활 뒤 대사면으로 출소한 그는 여러 재야 인사들과 교류를 넓혔고, 1998년 ‘제5공화국운동’(MVR)이라는 좌파 정당을 꾸린 뒤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뒤 2000년 개헌 후 치뤄진 첫 대선에서 다시 당선돼 이번까지 3번을 연임하게 됐다. 이번 임기가 끝나는 2019년이면 꼭 20년 동안 베네수엘라를 이끄는 셈이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1번의 쿠데타와 1번의 소환투표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차베스는 2009년 국민투표를 통해 연임제한 규정을 철폐했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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