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피해 상황
생필품 동나고 정전 ‘통행금지령’
동부지역서 6천만명 영향받아
생필품 동나고 정전 ‘통행금지령’
동부지역서 6천만명 영향받아
29일 저녁 6시30분께(현지시각) 갑자기 집의 전기가 나갔다. 순간적으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미국 언론들에선 이틀 전부터 최악의 허리케인이 미국 동부에 상륙할 것이라며 비상식량과 손전등, 발전기 등을 준비하라고 요란을 떨었다. 하루 전 월마트·코스트코 등 상점 5곳에서 허탕을 친 끝에 홈디포에서 마지막 남은 손전등 하나를 가까스로 구했으나, 그에 맞는 건전지를 구할 수가 없어 이마저 쓰기 힘든 상태였다. 기자에게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전기가 나갈 것에 대비해 자체 발전기를 구해보려 했으나 이미 동이 나 있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의 물건이 다 동이 난 지경이니 더 할 말이 없었다. 다행히 전기는 복구됐다. 하지만 이날 미국 동부지역에선 600만 이상 가구에서 정전이 계속돼 어둡고 추운 밤을 보내야 했다. 동부지역에서 정전을 비롯해 강풍 등 영향을 받은 인구수는 6000만명에 이른다.
‘퍼펙트 스톰’ 등으로 불리는 샌디는 29일 저녁 8시께 시간당 최대풍속 150㎞를 넘는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고 뉴저지주 남부 해안에 상륙했다. 이어 애틀랜틱시티와 뉴욕을 강타해 이들 도시의 중심가를 침수시켰다. 애틀랜틱시티 당국은 통행금지령까지 내렸다. <워싱턴 포스트>는 “애틀랜틱시티 중심가는 강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강풍과 폭우는 허리케인 중심부에서 800㎞ 떨어진 곳까지 몰아닥쳤고, 내륙지방인 미시간주의 그레이트레이크 호수에는 약 10m 높이의 파도가 일어 주변 저지대에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애팔래치아산맥 인근엔 60㎝가 쌓이는 폭설까지 내려 인근 고속도로는 폐쇄됐다. 일부 기상 전문가는 2005년 미국 남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악몽을 연상시키며 “동북부의 카트리나”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원자력발전소도 심상치 않다. 일부 가동을 중단한 ‘인디언 포인트’ 외에 뉴저지주에 있는 원전 ‘오이스터 크리크’는 인근 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4단계로 이뤄진 경보시스템 가운데 2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이 발전소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발전소에 해당한다.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동부지역 대부분에서 정부기관이 문을 닫고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전철과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이 모두 멈췄으며, 1만3000편 이상의 항공기가 운항을 취소했다. 밤이 되면서 이들 지역은 사람과 차량을 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마치 ‘유령 도시’로 변한 것 같았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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