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개혁 전폭적 지지 밝혀
2년간 1억7천만달러 지원 약속
아웅산 수치 자택 찾아 면담도
2년간 1억7천만달러 지원 약속
아웅산 수치 자택 찾아 면담도
*양곤대학 : 미얀마 민주화 운동 중심지
“놀라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19일 미얀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성지인 양곤대학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2년 전 미얀마 내부에서 시작된 개혁이 미완에 그치지 않고 기층 민중들에게까지 그 온기가 퍼지길 바란다는 메시지였다.
오바마는 1930년대 영국 식민지 시기에는 미얀마 독립 투쟁의 중심지로, 그리고 1962년 군사 쿠데타 이후에는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장소로 자리잡아온 양곤대학을 연설 장소로 택했다. 이 대학은 한때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대학이었으나 군사정권이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거의 황폐화됐다. 양곤대학으로 들어오는 길에는 수만명의 시민이 나와 성조기를 흔들며 오바마를 환영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바마의 동남아 순방은 외교정책의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하고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배경을 깔고 있지만, 이날 연설에선 반세기 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온 국가에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묻어나는 듯했다. 오바마는 최근 미얀마 불교도와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간의 유혈사태를 언급하며, “국가적 통합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종족 간) 폭력행위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오바마는 개혁을 이끌고 있는 테인 세인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조처에 대한 찬사와 함께 추가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가택연금 해제를 비롯한 양심수 석방과 의회 선거 실시, 아동노동 금지 등을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았다. 그러나 그는 “위로부터 시작된 개혁은 토대를 이루는 국민들의 열망을 충족시켜야 한다”며, 미얀마의 개혁이 이제 초기 단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미얀마처럼 개혁을 실시할 경우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2009년 취임연설을 상기시키며 “내가 대통령에 취임할 때 공포정치를 하는 국가들에 ‘당신의 주먹을 펴면 우리가 손을 내뻗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 오늘 나는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전달한 지원책에는 미얀마에 2년간 1억7천만달러를 지원하는 원조계획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앞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아웅산 수치의 자택을 찾아 면담했다. 오바마는 테인 세인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얀마의 개혁에 대해 “매우 긴 여정의 첫 단계”라면서도 “이 과정이 놀랄 만한 개발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양국이 미얀마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버마’ 대신 ‘미얀마’라는 국호를 사용했다. 백악관은 “외교적 예우 차원에서 미얀마를 사용했을 뿐, 공식 입장은 버마”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미얀마 대신 옛 국호인 버마를 써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수치의 자택을 방문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다시 버마를 사용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버마 민주화의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치는 “모든 변혁의 과정에서 가장 힘든 시기는 모두가 성공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할 때”라며 미얀마의 급격한 정치개혁이 ‘성공의 신기루’가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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