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정책 이견제시 의원 늘어
소수인종 포용정책 강조
동성결혼에 다른 목소리도
정책기조 변화할지는 미지수
소수인종 포용정책 강조
동성결혼에 다른 목소리도
정책기조 변화할지는 미지수
이달 초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미국 공화당에서 증세 반대 서약을 철회하거나, 이민법 개혁과 동성결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티파티 운동 같은 보수 강경파의 고루한 이념에 집착해서는 변화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인식이 점차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공화당의 대표 이념이라 할 수 있는 감세 옹호 정책에 대해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1985년 ‘세금개혁을 위한 미국인’이란 단체를 설립해 감세 운동을 펴고 있는 로비스트 그로버 노퀴스트와 세금 인상에는 절대 반대한다는 이른바 ‘납세자보호 서약’을 통과의례처럼 맺어왔는데 이 서약을 거부하겠다는 의원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서약 내용에는 ‘개인·기업의 소득세를 인상하려는 어떤 노력에도 반대하며, 상응하는 세율 인하가 없이는 세금공제 및 세액공제의 축소·폐지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서약은 공화당 의원들에겐 보수주의자임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겨져 노퀴스트를 대놓고 반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과 피터 킹 하원의원(뉴욕)은 25일 방송 인터뷰에서 ‘재정절벽’을 타개하기 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면 세금인상반대 서약을 기꺼이 깰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노퀴스트가 틀렸다. 국가 채무가 16조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서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이란 그리스가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킹 하원의원은 “내가 1941년 의회에 있었다면 일본과의 전쟁 선언에 서명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일본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고 경제 상황이 달라졌다”며 노퀴스트를 비판했다. 앞서 21일에는 색스비 챔블리스 상원의원(조지아)이 “20년 해묵은 서약보다는 나라가 더 걱정된다”며 서약 반대 움직임에 불을 댕겼다.
또 지난 선거에서 중남미계 등 소수인종들이 공화당에 등을 돌린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며 이들을 껴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08년 대선 후보였고 지금도 당내 영향력이 강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2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인구 구성 변화는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우리는 이민법 개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결사 반대하는 동성결혼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1996년 통과된 동성결혼 금지법인 ‘결혼보호법’을 작성했던 변호사 캐트린 리먼은 지금은 레즈비언으로 변해 이 법 폐지를 위한 로비를 하고 있다. 여전히 열혈 공화당원인 그는 <뉴욕타임스>에 “‘레즈비언은 민주당원’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여론조사 결과 18~44살 사이 공화당원 가운데 절반이 동성결혼이 합법화돼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목소리가 공화당의 정책기조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당장 보수 강경파 쪽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티파티 운동 세력들은 온라인에 증세반대 서약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의원들을 “거짓말쟁이”이라거나 “변절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노퀴스트는 24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챔블리스 의원에 대해 “그는 세금인상반대 언약을 나와 한 게 아니라 유권자들과 해서 당선이 됐다”며 “그가 생각을 바꿨다면 조지아주 유권자들에게 그걸 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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