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생도 교회’ 역사상 처음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의 첫번째 여성 졸업생이자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을 위해 활동해온 브렌다 수 풀턴(53)이 지난 1일 웨스트포인트 캠퍼스의 유서 깊은 교회에서 17년을 함께해온 연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웨스트포인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인 ‘사관생도 교회(커뎃 처치)’에서 동성결혼식이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웨스트포인트가 있는 뉴욕주는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된다. 풀턴은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쉬운 거짓의 길보다는 힘들더라도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하고 부분적 진실에 만족하지 말게 해 달라’는 사관생도를 위한 기도문을 처음 들은 것이 바로 이 교회였다”며 기뻐했다.
풀턴은 웨스트포인트가 여성에게 문을 연 첫해에 입학해 1980년에 졸업했으며, 이후 통신부대 등을 거쳐 1986년 대위로 퇴역했다. 풀턴은 대학 졸업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으나 6년 뒤 군을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릴 때엔 더 이상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기 싫다는 이유도 부분적으로 작용했다. 누군가 자신의 편지를 읽지 않을까 전전긍긍했고,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부대원들은 자신을 동성애자로 의심했다. 그는 1993년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허가하라는 운동을 펼치면서 커밍아웃했다. 미 정부는 이때부터 동성애자들을 군에 받아들였으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강제 전역시키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ADT)’ 정책을 유지해왔다. ‘묻지도 말하지도’ 법은 2010년에야 폐지됐다.
풀턴은 2009년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웨스트포인트 출신들의 모임인 ‘기사들 밖으로(Knights Out)’를 설립했고, 이듬해엔 군 복무중인 동성애자들을 위한 ‘아웃서브(OutServe)’ 설립을 도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풀턴의 이러한 활동을 인정해 웨스트포인트의 모든 정책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자문위원단에 위촉했다. 자문위원 임명 당시 풀턴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임무는 웨스트포인트로 하여금 자질을 갖췄다면 남성·여성·이성애자·동성애자 상관없이 군에서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알리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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